[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업 사원 반발이라는 큰 걸림돌이 존재해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전 차종을 대상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스템인 'e-쇼룸'을 13일 도입했다.

고객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e-쇼룸'에 접속해 르노삼성이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차종의 판매가와 차량 트림, 옵션, 컬러, 탁송비 등 차량 견적을 상세하게 산출할 수 있다.

구매를 결정한 고객은 온라인 간편 결제 시스템이나 신용카드로 청약금 10만원을 결제한다. 결제가 완료되면 계약 정보는 고객이 선택한 영업점으로 전달되고 영업담당자와 자필계약서 작성 등 세부적인 절차를 진행한다.

고객은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1:1 채팅 상담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이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9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 출시를 기념해 단일 차종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에 낯설어했고 실제 구매율도 높지 않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판매 확대보단 소비자 접점 확대에 목표를 두고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면서 "이번 온라인 판매의 경우 전 차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비자 반응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게이트' 사태로 1년여 간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만큼, 기존 영업 딜러들의 이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카카오그룹과 협업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아직 정확한 론칭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신차의 제원 설명은 물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 판매망 재구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딜러와 영업 노조, 대리점협의회 등 기존 판매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판매 사원들은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될수록 대리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이 경우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지엠주식회사는 작년 9월 국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옥션'과 제휴해 신형 아베오 10대를 한정 판매했다. 옥션의 주요 고객층인 30~40대 엄마들을 겨냥해 이벤트 형식으로 기획됐지만, 판매 노조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사측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같은 해 5월 홈쇼핑을 통한 신차 판매를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영업 노조가 '영업 노동자들 죽이기'라며 사측을 상대로 전방위적 투쟁을 전개했기 때문.

현대·기아차는 현재 유럽과 인도,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도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과 아우디폭스바겐은 이 같은 영업사원들의 반발을 염두에 둔 듯, 최종적인 계약 진행과 차량 전달은 딜러가 담당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이유도 들 수 있다. 신차를 사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고객들이 직접 매장을 찾아 원하는 차를 살펴보고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조작해 보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사진만으로 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사실상 많지 않다는 것.

국산차 업체 한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난다면 새로운 판매 창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영업사원들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이뤄져왔고, 온라인 판매는 금기시 돼 왔다.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도 "국내 소비자 특성상 매장을 방문해 눈으로 차를 확인하고 수기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결국은 고객과 딜러가 얼굴을 마주봐야하기 때문에 완전한 온라인 판매가 자리 잡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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