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기관장 자리에 관료 출신 대신 민간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관료 배제'란 이야기가 나오며 금융기관장 인사에도 이같은 추세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민간인 출신이 차지하면서 금융기관장 자리에 민간인 선호 분위기가 확산 되고 있다. 금감원장 자리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민간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새정부들어서도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금간원장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 역시 앞선 정부외 다를 바가 없을 것이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금감원장에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임명됐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탄생이 된 것이다.

금융권에선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을 뿐 향후 정부의 금융권 기관장 인사에서 여전히 관피아의 득세를 예상 했다. 최 원장의 금감원장 임명은 경기고 동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력한 천거' 탓에 가능했다는 수준에서 바라봤다.

분명한 것은 새정부 들어 이어지는 금융기관장 자리에 민간 출신인사가 등용되거나 예상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민간인 출신 인사의 등장이 흐름으로 자리잡을 정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산업은행회장에 이동걸 전 동국대 석좌교수가 임명 된데 이어 수협은행의 새 수장에도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선출돼 지난 10월 25일 취임했다. 수협은행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2009년 이후 내리 두 번 이나 관료 출신이 장 자리를 맡아 왔었는데 독립된 수협은행에 첫 민간 은행장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임 사장 선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에도 관료 대신 민간 출신이 유력해지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기관인 서울보증보험과 정책 모기지 상품을 다루는 주택금융공사의 장 자리는 그동안 주로 관료 출신들이 사장을 맡아 왔던 자리였다.

이같은 흐름은 증권 유관기관으로 이어져 사장 공석 자리가 계속 되는 코스콤 사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장 면접 후보자 선정에 나선 코스콤에선 현재 정지석(55), 전대근(57,) 이제훈(58)씨 등 3명으로 후보를 압축 했다. 이들 인사들 모두가 코스콤에 몸을 담아온 내부 출신들이다. 코스콤은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로 설립된 후 현재까지 역대 사장 13명 중 8명이 관료 출신이 차지했었다.

한국 증권금융은 정지원 전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사추위 구성도 못한 상태다. 아직 관료 출신 카드가 살아 있지만 민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증권금융은 2000년 이후 7명의 사장 중 5명이 소위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었다.

사실상, 새 정부 들어 이뤄진 금융권 인사에서 금융위원회 출신이 선임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용덕 손보협회장, 기획재정부 출신인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을 제외하면 관료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금융권 수장자리에 민간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금융권을 바라보는 새 정부의 시각에서 비롯 됐다. 여당일각에서도 그동안 모피아들이 금융기관장들을 너무 독식했다고 인식하며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고 보는 탓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기존 관료 출신들이 가던 자리에 민간인이 선임됐다고 이것이 곧 관치금융 척결로 단언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관료 출신이 왔다고 이것이 곧 관피아로 단언하기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협회장에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현재 괸직에 머물고 있는 인사가 아닌 오래전 관직에서 퇴직한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많다. 이미 손보협회장으로 선출된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해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등에 거론 되는 인사들이 모두 올드보이들인 탓이다.

이들 올드보이들을 '관료 출신'으로 확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것이다. 손보협회 김용덕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은행연합회장에 거론되는 홍재형 전 부총리는 현 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로 '관료 출신'으로 특정하기 보다 '코드형 인사'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인을 발탁하는 것이 곧 관치금융 척결로 보는 것은 모순이다. 관료 출신들을 배제 했다고 해도 새 정부가 그 자리를 정부와 연이 닿은 민간 출신들로 채운다면 결국 관치 금융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는 금융정책을 펼치며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성이라는 말 속에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결국, 새정부의 금융정책은 민간인을 기관장으로 발탁하며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으로 실제는 관치금융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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