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60만원 어치에 달하는 보험 가입 과정에서, 보험 설계사가 저와 제 어머니인척 전화를 받아 계약을 진행했어요"

자신이 H사 보험에 가입된 사실 조차 모른 채, 최근 어머니 A(70대)씨로부터 보험가입 과정에서 있었던 황당한 이야기를 접한 B씨(40대, 여)의 사연이다.

B씨는 "보험 가입시 피보험자인 제 서명과 동의 모두 없었고, 제 연락처도 기재되지 않았어요. 또 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H보험사에서 걸려온 해피콜을 설계사가 제 행세를 하며 통화했어요. 당사자인 저는 60만원에 달하는 보험가입 사실도 몰랐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보험업법(제4장 제2절 제97조 제1항2호)은 설계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른 보험상품과 비교해 그 보험상품이 우수하거나 유리하다고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 A씨는 지난 6월 H사의 한 보험설계사로부터 "B를 위해 기존에 가입한 S사와 D사의 상품은 쓸모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 설계사 말을 듣고 A씨는 고심 끝에 기존에 들었던 S사와 D사의 보험을 해약하고, H사에서 총 3개 보험에 가입했다. A씨가 B씨를 피보험자로 가입한 상품은 △5월29일 20만원대 △6월3일 7만원대 △6월 9일 30만원대 보험 등이다. 매달 6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셈.

문제는 기존 보험 해약과 새 보험 가입 과정에서 설계사가 어머니 A와 딸 B를 사칭한 점이다.

위 두군데 보험을 해지하면서 A씨는 설계사에게 "보험 용어 등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설계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 A씨인척 보험을 해약했다.

S사 보험해약은 피보험자인 B와 연락이 닿지 않아, 증권 회수로 대체됐다. D사 해약은 B와 연락이 돼야 한다고 하니, 설계사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B인척 행세했다.

보험 가입을 위해 H사에서 걸려오는 해피콜도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 A씨 행세를 하면서 받았다.

피보험자 B씨의 보험 가입 동의 여부 확인을 위한 해피콜은 설계사 본인의 휴대전화를 B씨 것으로 속여 등록했다. 이후엔 설계사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해피콜을 받아 B씨인척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계약서 작성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보험 가입은 가입자와 피보험자 두 명의 서명과 동의를 계약서 한 장에 모두 받는 것이 원칙이다.

설계사는 보험계약자 혹은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필요한 경우, 자필서명을 받지 아니하고 서명을 대신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서명해서는 안된다(제4장 제2절 제97조 제1항7호).

하지만 B씨는 계약서에 서명을 한 적도 없고, 가입 사실도 몰랐다.

B씨는 "설계사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해 제게 와야 하는 전화를 받아 사칭했다"면서 "보험 가입 당시에 했던 통화 내역을 듣기 위해 H사에 연락을 해보니, 통화 녹취파일을 듣기 위해서는 핸드폰 본인인증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B씨는 "애초 보험 계약 당시 해피콜에서 휴대폰 본인인증을 했다면, 설계사가 사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피보험자 본인이 녹취 파일을 들을 땐, 본인인증 절차를 철저히 하는 게 신기하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계약은 가입자보다 피보험자가 우선이 돼,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서 "계약서에 가입자와 피보험자 자필 서명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이를 어기면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보험의 해약과 관련해선 "2006년에서 2008년도에 가입한 실비 보험은 한도가 적어 여러 개 가입하는 게 가능했지만, 2009년부터는 실비 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기존 보험을 해약하도록 유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회사는 보험회사에 소속되거나 모집을 위탁받은 자가 모집에 관해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금융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보험업감독규정 제4장 제1절 제1관 제4-11조의5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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