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세정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기자의 '드림카'이기 때문일까. 무심코 길을 지나다가도 랭글러만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랭글러를 향한 관심은 독보적인 외관에 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단순히 '멋있다'에서 시작된 짝사랑은 지난 6월 '지프 캠프 2017'에서 거친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하고 난 뒤 더욱 고조됐다.

이런 와중에 지프가 지난달 27일 몽산포해수욕장에서 개최한 '고아웃 캠프(GO OUT CAMP)'에서 랭글러와 제대로 데이트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날 지프는 랭글러를 비롯해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트 등 전 차종을 시승차로 배치했다.

선착순으로 시승할 차를 고르라는 지프 관계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랭글러를 향해 냅다 뛰었다. 거친 산길에서만 타봤던 랭글러를 온로드에서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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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탄 차는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랭글러는 스포츠와 사하라, 루비콘 등 3개의 모델명으로 구성됐다. 실제 존재하는 지명인 '사하라'와 '루비콘'이 등장한다. 사하라 모델은 뜨거운 사하라 사막을 지날 수 있고, 루비콘 모델은 거친 물살의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견과 강인하고 멋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기자에게 랭글러는 '마이웨이(My Way)'를 외치는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랭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를 누비고 다닌 군용차의 후손인 만큼, 터프하다.

2도어는 4도어에 비해 짧지만, 더욱 탄탄한 인상을 준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225mm, 1880mm, 1840mm다.  차체 길이는 소형차인 엑센트(4370mm)보다 짧다. 하지만 지상고(범퍼에서 바닥까지 높이)가 높아 실제 수치보다 큰 느낌이다.

프런트 오버행(범퍼부터 앞바퀴까지의 길이)은 아주 짧아 랭글러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축거(휠베이스,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간 거리)는 2425mm지만, 운전석에서부터 앞바퀴까지의 거리를 멀게 배치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실내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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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러 루비콘은 랭글러 특유의 직사각형 바디, 원형 헤드 램프와 7 슬롯 그릴 등 랭글러 고유의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양쪽 펜더 상단의 'RUBICON'이라는 영문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굵직한 직선 위주의 전체적인 실루엣과 큼지막한 오프로드 전용 휠과 타이어는 랭글러의 거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후면부는 전면부보다 더 단조롭다. 무식할 정도로 각진 직사각형의 리어 램프와 트렁크 게이드에 장착된 스페어 타이어는 오프로더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사진=이세정 기자>

랭글러를 탈 때 마다 남다른 손잡이에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첫 시승 당시 문을 열지 못해 쩔쩔맸던 기억이 떠오른다. 잡아당기면 열리는 일반 차량과 다르다. 손잡이 옆에 위치한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서 당겨야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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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인테리어 역시 투박하다. 단조로운 센터페시아는 꼭 필요한 기능으로 구성됐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동그란 수동 에어컨(에어밴트) 2개가 6.5인치 디스플레이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또 에어밴트 사이에는 창문 오픈 버튼이 있다. 독특하다. 세련됨은 없지만, 클래식한 맛이 있다.

시트는 다소 딱딱하다. 하지만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당한 시트 포지션은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동그란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손에 착 감기는 맛은 그 어떤 차량보다도 뛰어나다.

<사진=이세정 기자>

계기판은 2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네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됐다. 단출하지만, 멋스럽고 랭글러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1열 공간은 나름대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2열은 사실상 '짐칸'의 역할을 수행한다. 성인 여성이 앉기에도 좁은 공간이다. 

랭글러 루비콘은 V6 3.6L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5.4kg.m의 힘을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파트타임 4W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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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온로드 구간을 달려봤다. 2톤(공차 중량 1845kg)에 가까운 무게에도 빠르게 치고나갔다. 시속 80km까지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속 100km를 넘어가자 심각한 수준의 풍절음이 귀를 때렸다.

이날 시승 차량은 하프탑(딱딱한 지붕)이 아닌, 천 소재의 소프트 탑이 장착됐다. 지퍼와 벨크로 테이프라 불리는 '찍찍이'로 차체에 고정시켜놨기 때문에 속력을 높일 수록 펄럭이는 소음이 커졌다.

온로드 구간에서의 승차감은 스포츠유틸리차량(SUV)다웠다. 발 끝과 엉덩이로 고르지 못한 노면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훌륭하게 달려나갔다.

고속 구간에서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평소 운전할 때보다 약간 더 힘을 줘야 했다.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가솔린 엔진의 파워는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온로드 주행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트랜스퍼 레버(왼쪽) <사진=이세정 기자>

이후 오프로드 코스로 진입했다. 랭글러는 수동으로 사륜구동을 설정해야 한다. 기어를 N(중립)에 두고 기어레버 왼쪽에 위치한 트랜스퍼 레버를 조작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레버를 힘껏 당겼다.

비포장도로에서 랭글러 루비콘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차체의 좌우 흔들림을 잡아주는 스웨이바 기능과 전방과 후방의 좌·우 구동력을 강제로 잠궈주는 액슬락 기능이 장착된 루비콘은 랭글러 모델 중에서도 오프로드에 제일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한 자갈밭을 거침 없이 돌파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무난한 주행이 가능했다. 차체 흔들림도 심하지 않았다.

높은 지상고와 짧은 오버행은 여유로운 진입각과 탈출각이 확보해줬다. 극단적인 급경사 구간에서도 과감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시승을 마친 뒤 랭글러를 향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한 마디로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세련된 맛은 전혀 없다. 오히려 운전자가 느끼기에 투박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는 동시에 랭글러만의 거친 매력에 압도당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온로드 주행 성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에 자연스럽게 엄지를 치켜올리게 된다.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는 책 제목처럼, 마초적인 랭글러 루비콘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기 충분하다.

랭글러 루비콘 2도어의 판매가는 46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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