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한국연구재단 기술사업화 단장 (대전대학교 교수)

사회-산업-기술, 혹은 기술-산업-사회의 변화가 순차적으로 서서히 일어나던 시대에서 이 모든 변화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빠르게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선 기술 변화를 살펴보자. 학문 간 경계가 없어지면서 기술 개발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융합을 통한 새로운 R&D 영역이 발굴되고 있다.

NBIC로 대표되던 융합기술은 오픈 R&D를 추구하면서 기존 기술의 10% 개선보다는 10배 이상 뛰어난 파괴적 혁신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같은 기능구현에 드는 평균 비용이 3D 프린팅은 7년 400배, DNA 분석은 10년에 10만배 감소하였다. 2001년 1명 해독에 30억 달러였던 게놈 분석은 이미 24시간에 100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사람간 연결을 통해 세상을 동기화하던 시대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 동기화하는 초연결 시대가 이미 일상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알파고 충격으로 등장한 인공지능 기술은 지능형 로봇, 주식투자용 로보어드바이저, 암 진단을 위한 IBM의 왓슨 등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아마존의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내장한 에코이후 1년 사이에 스피커가 새로운 인공지능의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산업화 시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기초는 좀 더 폭넓고 파급력 있는 원천을 추구하고, 응용은 시간을 다퉈 시장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요구한다. 이런 기술 개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행 특허 및 표준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 전에 철저한 R&D 선행기획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R&D를 하는 반면 우리는 도착지에서 네비게이션을 켜고 R&D 결과를 확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사라져야할 시점이다.

ICBM이라 부르는 IT 기술은 자체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산술급수의 변화를 기하급수의 변화로 가속화하고 있다. ICBM이라 부르는 IT 기술은 자체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산술급수의 변화를 기하급수의 변화로 가속화하면서 스마트 비즈니스와 데이터 비즈니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산업구조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 융합형 산업구조인 스마트 비즈니스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기업 경쟁이 단일 기업에서 비즈니스생태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예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에 의한 사업진출에서 가벼운 사업 진출의 기회가 많아졌다.

창업 후 평균 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1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만들어 내는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3D 프린터의 등장은 제조업을 기업단위에서 개인단위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제품보다는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구조로 전환되고 GE도 엔진제조업에서 엔진관리 서비스업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전환했다.

즉, 제품보다는 제품을 포함한 비즈니스 모델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매출기준으로 R&D 투자율이 애플(3.8%)보다 삼성(6.5%)이 훨씬 크지만,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의 이익률에서는 애플에 뒤지는 이유다 (2014년 기준, 7.5%, 32.5% 각각).

뉴노멀이라는 저성장시대가 도래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증가, 자원 고갈, 에너지 구조의 변화,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안전한 삶·건강한 삶·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고령인구의 일자리가 필요한 인구의 질 관리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고령화는 인체증강 기술을 통해 기계의 인간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리쇼어링이라 언급되는 제조업의 선진국 회귀는 트럼프 행정부로 인하여 가속화되고 복잡한 업무까지 지능형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노동구조가 일자리에서 일거리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옥스퍼드 대학의 마틴 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직업의 47%가 20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창의성과 혁신성을 요구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여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교육이 변해야 한다. 지금의 초등교육에서 배우는 내용이 이들이 사회에 나갈 시점에서 도움이 될 교육인지 검토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입과 연계돼 변화에 따른 후폭풍으로 인해 어렵지만, 초등 교육의 변화를 통해 장래 대학 교육의 내용까지도 변화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은 이제 MOOC 등과 같은 온라인 매체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수렴적 사고중심의 지금 교육체계에서 발산적 사고 중심으로 문제를 만들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초등교육에 어떻게 담아야 할 지 커다란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

얼음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우리는 석빙고를 만드는데 그쳤지만, 미국 교육시스템은 얼음운송업을 만들고 냉매기술을 개발해 에어컨을 만들고, 도시생활의 변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라스베가스라는 도시를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능위주의 정부 조직과 업무처리는 칸막이 정책만 양성할 뿐이다. 기업은 이미 프로세스 중심으로 혁신하고 공급중심에서 수요 중심의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는데 비해 여전히 정부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와 정책만을 부처별로 부서별로 양성하고 있다.

안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지 일을 위해 안을 만드는 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새로운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특정 정부에 국한되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정책적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간 혁신이 공공의 혁신으로 이어지기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속도가 필요하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정밀의료나 공공 데이터 서비스 산업 등이 시작하기 전에 시들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술 개발이 되어도 제도개선이나 인프라가 미처 마련되지 못하여 기술이 사장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돼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런 점에서 R&D와 제도개선, 인프라, 인력양성 같은 비R&D를 동시에 기획하여 투자계획을 세우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R&D 투자 모델' 시작은 적절한 시도다.

급속한 기술변화가 야기하는 외부 변화에 우리 사회 내부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몸짓은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히 컸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공룡처럼 우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공룡과 같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패스트 팔로우를 추구할 때, 중국이나 인도는 잠자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모든 경쟁 국가들이 깨어서 우리보다 앞서려고 모든 변화를 앞장서서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가진 것보다 갖고 싶은 게 많기에 과감히 도전하지만, 인적자원 밖에 없는 우리는 교육과 사회 전반의 미래 변화를 빨리 수용해 변화하지 않으면 이등국가에서 조차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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