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2020년 IMO 환경규제가 임박하면서 정유업계 등 민간기업의 발빠른 움직임과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정부의 여유로운 모습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대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정유4사가 임박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발맞춰 잔사유 고도화 시설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잔사유란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유를 말한다. 

지금까지 선박에는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가 사용돼 왔으며 육상 운송용 경유는 황 함량 0.001%의 강한 규제를 받아 왔다. 이에 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유황성분 제한 수치를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유업계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하루 4만 배럴 생산 규모의 VRDS(탈황설비) 설치를 위해 1조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에쓰오일도 지난해 4조8000억원을 투자해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RUC & ODC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VRDS는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의 RUC & ODC 프로젝트도 잔사유를 탈황시설, 분해공정 등 첨단 고도화시설을 통해 휘발유와 옥탄가 향상제(MTBE)로 만들어낼 수 있다. 

정유 시설의 고도화가 높아질수록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는 물론 향후 선박에 쓰이는 저유황 중유 소비량이 증대하면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형선박에는 중유가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선박 배기가스의 황을 제거하기 위해 스크러버가 설치되고 있으나 한척당 수백만 달러가 들 정도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이 겨우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정유업계가 저유황 중유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며 "일본 조선업계가 선박을 경유 추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유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유는 원유를 증류하고 마지막에 남는 흑갈색의 점성유로 비중과 점도에 따라 벙커(A, B, C)유로 나뉘는데, 
이 중 벙커C유는 점도가 가장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생산량도 가장 많아 선박용 연료로 주로 사용돼 왔다.

이에 정유사들은 탈황설비를 통해 저유황 연료유, 디젤, 나프타 등의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한편 저유가 기조에 맞워 원유 수입 다변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IMO 황함량 규제로 저품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들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RUC & ODC 프로젝트 가동으로 규제의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정유업계가 시설 고도화로 수익모델까지 마련하고 있는 반면 해양수산부는 국책 사업으로 선정한 LNG인프라 구축도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의 LNG 벙커링 기지 건설은 입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인천, 울산, 경기평택, 여수광양 항만공사도 검토 단계에 그치고 있다.

LNG벙커링이란 LNG를 선박용 연료로 주입하는 시설로 향후 선박들이 LNG로 연료를 바꾸게 되면 이와 관련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항은 지난 2012년 설치 논의를 시작해 한국가스공사, 조선사, 에너지 회사 등 14개 기관이 ‘LNG 벙커링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정부가 선박 운항이 빈번한 신항 입구를 입지로 선정하면서 통행 안전성 문제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반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시장 선점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요코하마(橫濱)항을 LNG 벙커링 거점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했으며 이른 시일 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국도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저우산(舟山 ) 항에 LNG벙커링 인프라를 201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LNG벙커링 인프라 건설은 국책 사업임에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부산항이 제안한 입지를 정부가 반대해왔다“며 ”2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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