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상명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 동력인 비(非)정유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비정유·글로벌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매년 2조5000억원~3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경영방침을 밝혔다.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질 경우 추가 투자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선제적 투자는 김준 사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김 사장은 "비석유 부문에서 안정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혹독한 환경의 아프리카 초원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사업구조, 수익구조 혁신의 방향으로 딥 체인지를 더욱 강하게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유사들이 정유업만으로 꾸준한 이익창출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유가변동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는 정유업계 특성상 외부적 요인에 의해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강세로 조성된 긍정적인 시장환경은 정유사들에게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자금을 마련해줬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7589억원, 영업이익 963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21.19%, 132.26%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치로 따지면 역대최대 실적에 근접했다.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이 고른 호실적을 보였다.  

석유사업 호황이 돋보였다. 2분기 125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3분기 5264억원을 기록하며 완벽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정제마진 강세와 국제유가 강세로 마진율이 상승했으며 재고자산평가이익도 27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정제마진은 원유·유통 가격과 최종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등) 간 가격차로 중요한 수익성 지표다. 올해 3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7달러로 2분기 대비 0.9달러 높다. 유럽 정유사 화재와 미국 허리케인 하비에 따른 수급 차질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정제마진 강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가을 정기보수 시즌이 다가오고 있지만 공급감소와 재고 감소세로 4분기 정제마진 가격이 양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유부문도 역대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화학부문과 윤활유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3260억원, 1441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2% 수준에 달한다. 

화학부문은 역내 폴리에틸렌 공급증가와 설비 가동 증가로 아로마틱 제품 스프레드가 전분기 대비 약보합세를 보였으나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윤활유부문도 판매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 시차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기업으로 전환하는 '딥 체인지'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 사업 호황으로 재무구조도 더욱 안정됐다. 자산 증가와 차입금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선순환적 재무구조 흐름을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전년말 78%에서 3분기말 74%로 4%포인트 감소했다. 

SK울산CLX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최대 호황기 진입과 함께 안정화된 재무구조를 토대로 선제적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5월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비정유·글로벌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배터리·화학 분야 집중 투자, 석유·윤활유·석유개발사업의 글로벌파트너링 확대를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2020년까지 10조원의 성장투자를 지향한다"며 "한해 평균적으로 2조5000억원~3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1일 미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다우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파트너와 순조로운 협의 중"이라며 "12월 중순 딜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자회사인 SK에너지의 VRDS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적용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황규제에 대응,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투자될 경우 2020년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일 생산량 4만 배럴 규모의 VRDS를 신설할 예정이다.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사업도 높은 성장성을 고려해 추가 투자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LiBS은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폭발·발화와 같은 이상작동을 막는 등 전지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iBS 시장은 중대형 배터리 시장 확대 및 IT수요 확대로 인해 2020년까지 약 23%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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