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등 5대그룹 전문 경영인들과의 정책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하면서 재계와 시민사회단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 위원장은 대기업 공익재단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간주,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래 대기업 개혁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기업 총수가 공익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뒤 이를 통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지만, 기업들은 오너 일가를 겨냥한 이 같은 행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령상 공익법인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 사회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 보조나 지급,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오너들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은 피하면서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을 200만주 매입한 것으로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었던 김 위원장은 "지배권 승계를 위한 또 다른 편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처분을 요구한 바 있다.

주식 매입을 통해 삼성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나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 시절 주장해오던 사견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때문에 신탁재단을 활용한 기업승계가 중소·중견 기업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주식 매입을 부의 대물림으로 간주한 접근부터 잘못됐다"고 비판을 가했다.

재단법인 등을 활용한 기업승계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미국 포드의 경우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인데 현재 미국, 일본 등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포드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하이네켄(Heineken)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 다층적 지주회사구조는 가장 하위단계에 있는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상속자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승계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계에서는 '신탁'과 '공익법인'을 활용한 효과적인 가업승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으며 "명문장수기업을 많이 보유한 일본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가업승계 시의 신탁 활용은 이미 일반화된 수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견기업 한 관계자는 "신탁법인을 활용해 가업승계를 모색하는 중견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기업 오너 규제 목적의 사견이 정책에 도입되면 중소·중견기업으로까지 부작용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존의 공익재단법인이 시민·사회 단체의 곳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건희 회장이 기부 목적으로 사재 8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삼성꿈장학재단이 '공익활동' 명목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일으킨 반미단체에 75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던 이학영씨는 반국가단체 남민전 핵심멤버이기도 했다"며 "이라크 파병 반대를 주장해온 이미경씨 등 반미단체 인사가 실질적 수혜자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눈에 띄는 몇몇 단체가 문제적 성향을 가진다고 해서 공익재단이 잘못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익재단법인 한 관계자는 "시골이나 복지사각지대에 지원되는 금액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적 구도로 공익재단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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