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근로시간 단축이 국내 기업의 노동 생산성을 높였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휴일 근무를 '연장 근무'로 인정해 수당을 크게 높일 경우 기업들이 오히려 '정규 임금'을 낮출 유인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11년 사업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한 사업체의 노동 생산성(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은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40시간 근무제를 시행·적용한 2004~2011년 국내 상시 근로자 수 10인 인상 제조업 사업체 1만1692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 및 사업체 규모별로 시차를 두고 시행된 바 있다. 

정부는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으며 이듬해 7월 금융·공공부문 또는 1,000인 이상 사업체부터 도입된 주 40시간 근무제는 2011년 7월 5~19인 사업체까지 확대됐다. 

연구 결과 기존에 근무시간이 길었던 업체일수록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생산성 증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전 이미 근로시간이 40시간 미만이었던 산업은 4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도 노동생산성의 변화가 없었지만, 근로시간이 40시간 이상이었던 노동생산성이 2.1%까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왜곡된 제도와 유인 체계로 과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비효율적 연장근로를 유도하는 제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석 조건을 달리할 경우 근로시간 단축의 노동 생산성 향상 효과는 더 컸다.

주 40시간 근무제를 가장 나중인 2011년 7월부터 시행한 상시 근로자 20인 미만 사업체를 제외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노동 생산성 증대 효과는 1.9%로 나타났다. 

평균 정규 근로시간이 40시간 미만이었던 업종을 분석에서 배제할 경우에는 생산성 제고 효과가 2.1%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런 생산성 향상이 자본 집약도 증가보다 생산 활동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대 68시간까지 허용된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 일치해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할증률을 통상 임금의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비효율성으로 지목됐다. 

박 연구위원은 "고용이 경직적인 상황에서 연장근로 임금이 높아지면 기업은 노동 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근로 임금을 낮출 유인이 생긴다"면서 "근로자가 소득 보전을 위해 연장근로에 더욱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순 계산으로 2000만 임금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1%만 줄이면 일자리 20만명분이 생기지만 여당은 휴일근로에는 통상 임금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히 양적인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접근은 지양하고, 비효율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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