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49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해 온 은마아파트가 서울시의 35층 안을 수용하며 끝내 공공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주민들로부터 최고 층수 35층 안과 49층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동의서를 제출받은 결과, 35층 안이 과반의 동의를 얻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35층 룰'을 고수해온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이 단지 토지등 소유자 48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의견 수렴 결과71% 인 2601명이 '35층 이하 안'을 택했다. ‘49층 안’을 고른 주민들은 1061명에 그쳤다. 

1979년 강남 개발 당시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최고 14층, 4424가구로 지어졌으며, 이에 추진위는 3종 일반주거지역인 전체 부지 중 단지 중앙과 대치역·학여울역 인근을 준주거로 종을 상향해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도시계획 2030플랜'에 따라 주거지역에 최고 35층 이상 지을 수 없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인 만큼 제도 완화를 내심 기대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8월 16일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추진위가 제출한 정비계획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이례적인 '미심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한 소유주는 "서울시가 해묵은 한강 공공성회복 정책을 고수하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았다"며 "형식상으로는 수용이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더 커진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용적률 300% 이상을 달성해 일반분양 가구수를 늘리고 건폐면적을 최소화 하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주민들은 추가분담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도시 경관 유지를 명목으로 위해 저층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해묵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치동 공인중계업소 한 관계자는 "서울시 어디에서도 북한산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데도 스카이라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35층으로 건축물의 높이가 낮아지면 활용공간이 좁아질 뿐 아니라 부족한 주택 공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은마아파트가 '35층 룰'을 충족한 계획안을 가져온다면 전처럼 심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계획안이 미심의된 이유는 최고층수가 2030플랜과 맞지 않았다는 점이 큰 이유였던 만큼, 이 점이 해소되면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마 재건축조합 설립추진위도 이날 35층 재건축 계획안을 오는 11월 중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강남 지역에서 50층 이상의 재건축이 가능해진 곳은 압구정 아파트 단지만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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