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수렁은 생각보다 깊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3분기에 매출 24조2013억원, 영업이익 1조20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6%, 12.7%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한 9392억원 달성에 그쳤다. 직전 분기에 이어 또다시 순이익 1조원을 넘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작년 파업 장기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3분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107만149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08만4674대보다 1.2% 감소한 수치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 증가한 17만3220대를 판매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랜저가 매월 1만대 이상씩 팔리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제네시스 브랜드 G70 등 신차들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차의 전체 해외 판매량 가운데 각각 1, 3위에 해당하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전체 판매량은 뒷걸음질 쳤다.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중국 시장 판매 부진과 함께 미국 등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며 인센티브가 상승하고 영업·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1~9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한 326만9185대를 판매했다. 다만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판매량은 오히려 3.2% 증가한 275만5185대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판매량 51만7350대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의 견조한 판매 성장세에도 불구, 중국 시장 판매 하락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275만1835대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다양한 신차 효과 및 판매 증가(중국 제외 기준) 등에 힘입어 자동차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금융부문 매출 또한 지속 상승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71조87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은 달러 등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와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인센티브가 상승한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포인트 높아진 81.4%로 집계됐다.

영업부문 비용은 신차 출시 증가에 따른 마케팅 관련 활동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9조5604억원을 나타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3조7994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또한 5.3%를 나타내며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하락했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베이징현대 등의 실적 둔화 영향으로 영업외수익이 줄어들며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한 4조224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 또한 전년 동 기대비 29.9% 하락한 3조2585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경영 환경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중국에서 8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던 현대차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됐던 4~6월에 기존보다 60% 이상 빠져나간 실적을 냈다. 지난달 중국 판매량이 사드 이슈 이전 수준인 8만5040대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중국 내 존재하고 있는 반한 감정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 현대차 노조의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했지만,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한편 현대차가 올해 글로벌 목표로 설정했던 508만대 판매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목표 달성률은 64.4%에 불과하다. 남은 4분기에 181만815대를 판매해야 하지만, 매 분기 120만대 전후의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무리로 보여진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판매 대수는 138만여대였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체 간 경쟁심화와 시장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국내 시장에 먼저 선보인 코나, G70 등 신차들에 대한 고객 반응이 매우 고무적인 만큼, 향후 판매 호조가 해외 시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SUV 차급의 공급 물량을 확대해 판매 모멘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지역별 성장 차별화에 대응해 수요 증가 지역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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