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 번아웃 신드롬)은 현대 사회의 '탈진 증후군'을 말하는 신조어다.

자신의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열심히 일해 오던 사람이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 그 보람을 잃고 신체적, 정서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자기 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져 슬럼프를 겪는 현상으로, 마치 연료가 다 타버린 것처럼 갑자기 일할 의욕을 잃고 직장에 적응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소진증후군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들도 생기는 등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심리적 회피 반응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의 증상일 수 있다. 요즘엔 사람들을 만나는 대신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많아지고, 주말에도 집에 틀어박혀 시체놀이를 주로 하고 있는가? 회사든 사업이든 정리하고 조용한 곳에 내려가 쉬고 싶은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온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원인에서 멀어져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데 이를 심리적 회피 반응이라 한다.

이러한 반응들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화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요인과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동전의 앞뒤 면처럼 두 가지 컬러의 한 객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연을 크게 한 여성이 심리적 회피 반응으로 스트레스 요인인 남자를 멀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상처 치유와 마음 안정에 도움이 되나 이것이 1년 이상 길어지면 ‘이성에게 사랑받는 그 느낌’을 영원히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장기간의 회피 행동은 행복을 주는 요소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 행동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회피 행동이 길어지면 합병증인 행복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우리들에게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은 아찔한 문제다. 이전에 즐거웠던, 행복했던 일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느껴진다.

무감동은 소진 증후군의 심리적 회피 반응이 지속될 때 일어나는 악성 증상이다. '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의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성 예민도를 제로(0)까지 떨어뜨린다. 그러나 통증의 역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독과 좌절은 느껴지는데 따뜻한 위로와 작은 행복들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외부 세계로부터는 더 강하게 단절시키나 마음 속 내부 세계는 음산한 세기말 애니메이션처럼 스산해진다. 마음의 깊은 동굴로 숨어 버리는 것이다.

소진 증후군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고 조직과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다. 의사의 예만 봐도 소진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60퍼센트에 이른다며, 의학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의학협회 저널이 경고한다.

의사에게 공감 능력은 단순한 서비스의 태도가 아닌 치료 효과와 직접적인 연관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수술 후 회복 기간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 그런데 많은 의사들이 소진 증후군에 빠져 있고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으니 이성적으로 잘 진단하고 약을 제대로 처방해도 치료 효과에 반감이 있는 것이다. 명의는 감성 공감 능력으로 플라세보효과를 최대치로 올릴 수 있는 의사가 아닐까. 같은 약으로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공감 능력이 저하된 소진 조직과 소진 사회는 경쟁력과 가치를 잃어 갈 수 밖에 없다.

나도 소진증후군 일까?

<소진증후군 체크 리스트>
1. 맡은 일을 수행하는데 정서적으로 지쳐 있다.
2.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대 완전히 지쳐 있다.
3.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한 하면 피곤하다.
4.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긴장을 느낀다.
5.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을 느낀다.
6. 현재 업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 들었다.
7. 맡은 일을 하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8. 나의 직무 기여도에 대해 냉소적이다.
9.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쾌락을 즐긴다.
10. 최근 짜증, 불안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위 체크리스트 중 3 개 이상 해당되면 소진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 약력
윤대현 교수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
-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한국바그너협회 총무이사
- 한국정신신체의학회 학술위원
-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
- 주요 저서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 『윤대현의 마음 성공』 『마음 아프지마』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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