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김지형 위원장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상명 기자] 숨가쁘게 달려온 89일간의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끝나고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라는 최종결정이 도출됐다.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민참여단 조사에 기반한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내용의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현재 중단된 신고리5·6호기를  건설재개를 찬성하는 측 의견비중이 59.5%로 건설중단 의견에 비해 19%포인트 높았다"며 "신뢰범위 ±3.6%포인트 오차를 벗어나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공론화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공론화에서 풀어야할 과제는 무겁고 어려웠다"며 "건설재개와 중단을 대변하는 양측 입장은 너무 달랐다"며 "그러기에 시민참여단의 힘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기존 예상대로 '건설재개'와 '건설중단' 양측에선 찬반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원전 업계는 이번 공론화위 결정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결과라고 생각하며 시민참여단이 공부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는 아직 최종 확정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다음주에 국무회의에서 권고안이 의결되는 것을 보고 발주처(한수원)와 협의해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론화위 권고안 발표가 신고리5·6호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탈원전까지 확대된 내용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공론화위 발표에서 탈원전 내용이 포함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신고리5·6호기에 대한 내용만을 가지고 탈원전 축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탈원전 내용만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야당과 신고리 백지화 시민단체는 불만을 표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3개월의 시간 동안 공사를 중단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건설업체들과 노동자들의 고통, 낭비된 시간,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기술, 막대한 손해와 공론화 비용 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전했다.

정의당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이라는 정부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공론화에 부쳤는데 막상 공론화할 정부정책과 후속대책은 듣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서는 찬반단체 논리와 토론에만 맡겨 공론화를 서둘러 마무리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또한 신고리5·6호기 백지화전국시민행동은 이날 정오께 신고리 건설 재개 반대 측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정부 권고안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탈원전 공방…文정부 공약에서 공론화위원회 활동까지 

문재인 정부는 대선부터 탈(脫)원전 정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선 정책소개 사이트 '문재인 1번가'에서 국민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공약은 에너지정책이었다.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겨낭하며 기저발전(원자력, 석탄 등 발전단가가 저렴해 전력생산의 기본이 되는 발전)에 대한 축소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경주 대지진이 탈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본격적인 탈원전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올해 6월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가동하는 일을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이 만료돼, 정부의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10년 수명연장된 곳이다. 

이날 이후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게  공론화 기간 동안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한다. 한수원 측은 사전협의가 없었던 사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를 실시해 "정부 방침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내부의견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신고리5·6호기 공정률은 28.8%, 투입된 공사비도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원전건설 중단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이밖에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의 위원이 임명됐다.

공론화위는 기본적으로 원전 건설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다. 그러나 3개월 활동기간 동안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담아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한다.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을 거친 권고안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고리5·6호기를 두고 '건설재개'와 '영구중단' 양측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양측은 중립성과 자료집 구성 공정성, 토론자 구성을 두고 번갈아가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공론화위는 이달 13~15일 2박3일간 합숙토론을 마지막으로 최종 여론수렴을 마쳤다. 이번 권고안 작성에도 4차 최종조사 기준으로 작성됐다.

정부는 이번 공론화위 과정이 신고리5·6호기에 한정된 작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향후 건설 예정인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본다. 

정부는 권고안을 검토한 뒤 건설 여부에 대한 결정을 24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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