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호영·유경아 기자]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기관으로서의 ‘무능함’을 끊임없이 지적 받았다.

특히 지난 8월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과 생리대 인체유해 논란 후 소비자들의 ‘화학물질 공포증(케미포비아)’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류영진 식약처장, ‘자질 논란’ 공세에 진땀

1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영진 식약처장은 복지위 위원들의 일관된 지적에 “국민 눈높이에서 소통 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류 처장은 살충제 계란 문제부터 생리대 유해성 문제까지 심각한 국민 불신을 받고 있다”면서 “이낙연 총리의 질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신뢰도 잃었고 국회의 신뢰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식약처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굉장히 비협조적이었다”면서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통계를 낸 후 보도자료를 냈는데 ‘틀렸다’고 지적하며 찾아온 식약처 식품안전과 과장이 있었다. 류 처장은 이것을 알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양승조 복지위 위원장도 “국회에 사과해야 한다. 그런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고 류 처장은 담당자와 함께 사과한 후 “해당 담당자에 (징계 등의) 적절한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생리대의 인체위해성 논란에 대해서도 식약처의 위기 대응 체계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생리대가 여성들의 자궁 및 난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과 인과관계는 조사하지 않고, 생리대 내 함유돼 논란이 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인체위해성만 조사해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류 처장은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가 검출되면서 문제가 돼 그걸 먼저 조사한 것”이라면서 “현 단계로서는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나머지 부분은 조사를 더 진행해 국민들을 안심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류 처장에 ‘사퇴할 용의가 있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처장 개인은 억울할지 몰라도 현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퇴할 용의가 있냐”고 물었다. 류 처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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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충제 계란·생리대 인체위해성 논란… “식약처 대응 매우 미흡”

앞서 식약처는 지난 8월 시중에서 유통 중이던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의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유통 중인 계란을 수거해 인체 위해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문제의 계란들은 살충제 성분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기는 했지만, 매일 2.6개를 평생 먹어도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식약처는 조사 당시 피프로닐이 닭에 들어간 후의 대사체는 검사를 하지 않았다. 대사산물을 지속 조사한다고 하지만 이미 ‘반쪽짜리’ 조사 결과로 안전하다고 했는데 국민들이 결과를 믿고 안심하겠냐”고 질책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민들이 식약처의 발표를 믿지 않는 이유는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허용 기준치를 넘어섰는데도 식약처는 ‘안전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살충제 계란 회수율은 19.2% 밖에 되지 않는다. 계란 10개 중 8개는 식탁에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류 처장은 “‘안전하다’는 표현보다 ‘인체 위해도가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의원 지적에 공감한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생리대 관련 논란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이 중점적으로 언급됐지만 당초 ‘생리대 내 휘발성유기화합물 인체위해성’을 제기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과 여성환경연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당초 조사 결과에서 인체 유해 화학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유한킴벌리의 중형 생리대 제품이었지만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만 외부에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한킴벌리와 여성환경연대의 유착관계가 있어 경쟁사인 깨끗한나라만 외부에 언급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유한킴벌리와 유착관계가 없다”면서 “특정 회사의 제품의 피해자만 모집된 것은 실제로 제보된 사례 중 100%가 릴리안 제품을 사용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만구 교수 역시 “당초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생리대에서도 인체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 돼 여성 건강을 위해 여성들의 화학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면서 “릴리안만 강조한 자료는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논란은 다수의 여성 소비자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깨끗한나라에서 제조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생리불순, 월경량 감소 등의 질환과 증세 등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식약처가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류 처장의 특별 지시로 진상 조사를 착수했다. 제조사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은 지난달 1, 2차에 나눠 법원에 접수됐으며, 참여자만 5000여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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