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올해 4분기에도 국내은행의 대출 문턱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용카드사는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18)보다 3포인트 오른 -15로 나타났다. 3분기에 비해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출태도지수는 국내은행을 비롯해 상호저축은행, 신용카드사, 생명보험사·상호금융조합 등 모두 199개 금융기관의 여신 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0을 기준으로 지수가 마이너스(-)이면 금융기관의 대출조건 강화, 플러스(+)이면 대출조건 완화 쪽이 더 많다는 얘기다.

특히 가계대출에 대한 강화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은행의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0으로 전분기(-40)보다 완화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일반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7에서 4분기 -20으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이달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가 예고된 만큼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 주택대출 수요도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대출 수요지수는 3분기 -3에서 4분기 -20으로 17포인트 줄었다. 은행들이 전망하는 가계신용 위험지수는 20으로 3분기(23)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개선이 부진한 가운데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빚 상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의 대출태도지수는 4분기 0으로 전분기(-3)보다 3포인트 올랐으나, 중소기업은 -7로 전분기(-3)보다 4포인트 내려갔다.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여파로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일부 서비스업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3분기 13에서 4분기 17로 확대됐다.

제2금융권 대출도 강화될 전망이다. 상호저축은행은 -19로 전분기(-15)보다 낮아졌고, 상호금융조합(-40)과 생명보험사(-17)도 강화된 태도를 나타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고금리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률 상향 등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응답이 많아 대출태도지수가 전분기 13에서 4분기 19로 확대됐다. 카드사들은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탓에 자금수요도 옮겨올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사의 대출수요지수는 6으로 전분기(0)보다 6포인트 늘었다.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포화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자산도 큰 폭으로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주 무대인 결제사업에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한  ICT(정보통신기술) 업체가 속속 진출하고 있어 위기감마저 감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7월 28일부터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은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3억원 이하로, 수수료율 1.3%가 적용되는 중소가맹점은 연 매출 2억원 이상 3억원에서 3억원 이상 5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5억원 이하로 확대하게 되면 카드업계의 연간 수익은 35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초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 감소액은 상반기에만 442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카드 이용실적이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비용은 줄고 대출을 늘리면서 실제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연간 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1992억원(9.9%) 감소했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결제시장도 핀테크 사업자의 진출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유통업계의 간편결제에 더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신용카드사업에도 진출해 지급결제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대출 문'을 넓히는 배경에 대해서는 카드 수수료 우대 가맹점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로 최근 몇년간 업황이 좋았던 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악재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카드사 수익은 크게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에서 나오는데 수수료율 인하와 가계부채 억제가 이어져 올해도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뚜렷한 성과는 없다"며 "대출 등 부수업무와 신규사업 발굴과 인력 구조조정 및 영업비용 축소 등의 자구노력을 강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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