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천호역 내 만남의 광장에서 모유수유 티셔츠를 입은 엄마들이 아기를 안고 모유를 먹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정부가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의 어린이집 및 유치원 보육료 결제 지원을 위해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신한카드의 아이행복카드가 정책 취지와는 다소 어긋난 방향으로 발급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청한 적도 없는 아이행복카드가 발급되거나,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이행복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것.

20대 직장인이자 미혼여성인 이씨(27세)도 그중 하나다. 이씨는 지난 2015년 재직 중인 회사에서 급여용 통장으로 신한은행의 계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이씨는 회사에 신분증 사본을 제출했고, 이씨의 회사는 이씨의 신한은행 계좌를 대리 개설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씨는 신한은행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하나를 받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미혼여성인 이씨의 계좌가 대리로 개설됐고, 이씨에게 발급된 신한카드가 아이행복카드라는 점.

은행 계좌는 타인이 신분증만 소지한 채로 대리 개설할 수 없게 돼있다. 지난 2011년 3월 31일 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10522호에 따라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해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 계좌를 대리로 개설하기 위해서는 신분증만 소지해서는 안 되며,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또, 이는 예금거래신청서의 뒷면에 명시된 부분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발급받은 카드가 자녀를 둔 여성들에게 발급되는 아이행복카드인지 몰랐다"면서 "미혼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로부터 자꾸 유치원 할인 혜택 등과 관련된 광고성 전화가 자꾸 와 이상한 마음에 알아보니 신청한 적도 없는 카드가 발급된 거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회사의 주거래 은행이 신한은행이었고, 실적을 위해 당사자에게 안내도 없이 아이행복카드를 발급해준 것 같다"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신한카드 아이행복카드<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 할 때는 통상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5년 교육비 지원을 위해 만 0세부터 5세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소득과 무관하게 누구나 발급 가능한 아이행복카드를 육아·보육 정책으로 내놨다.

아이행복카드는 보건복지부의 아이사랑카드와 교육부의 아이즐거운카드가 통합된 것으로 만 0~5세까지의 미취학 아동이 있는 집의 어린이집, 유치원 보육료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마련됐다.

정부가 아이행복카드를 통해 지원하는 금액은 만 0~2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보육 형태에 따라 월 22만원에서 43만원, 만 3~5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보육 형태와 무관하게 월 22만원이다.

한 가정에서 만 0~5세의 미취학 아동 한 명을 양육할 경우, 아이행복카드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만 0~2세까지 최대 1548만원, 3~5세까지 792만원으로 총 2340만원에 달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행복카드를 미혼여성도 발급받을 수 있다면, 정부의 예산이 새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아이행복카드를 발급받을 때 은행에서는 발급 대상자의 미혼과 기혼 여부를 따로 검증하지 않는다. 또 미혼 여성의 경우도 아이행복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한편, 신한카드는 자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행복카드와 관련해 "카드발급 비용을 줄여 국가자원을 아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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