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호 패션아웃도어전문칼럼리스트

80퍼센트까지 제품을 할인, 판매해 관광객의 유입과 내수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기획한 ‘코리아세일페스타(KSF/대한민국쇼핑관광축제)’가 한산하다.

고가의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미국인과 전 세계 소비자가 1년을 기다리는 ‘블랙프라이데이(BF)’처럼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정부주도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작했다.

올해는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이번 달 말까지 명동을 중심으로 전국의 백화점과 온라인몰 등에서 정부가 51억 원을 투입해 국내 115개 유통사와 58개 제조업체, 서비스 269개사 등 350여개의 기업과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개장한지 일주일이 다되도록 마켓을 찾는 관광객이나 소비자의 반응도 뜸하고 정부나 상인들이 기대하는 소위 ‘통 큰 소비’는 저조한 실정이다.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고가의 제품과 우수한 제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세일이벤트로 유명하다. 고가의 인기제품을 초저가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최신형 ‘아이폰(iPhone)’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Galaxy Note)’같은 스마트폰의 출시 일처럼 밤새 긴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그러나 소문이 무성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80퍼센트까지 할인, 판매한다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가전, 패션, 생활용품코너 어디든 한가하다.

BF의 경우, 재고처리를 위해 대부분의 아이템과 브랜드들이 미국 전역에서 제조원가를 전후한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이들 제품들은 출시 후 1년 동안만 적정가격을 유지할 뿐,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되면 1개월 동안에만 연 매출의 70퍼센트에 달할 정도의 판매를 기록한다.

반면 KSF는 정부의 주도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제조사의 직접 참여는 저조하다. 또 참여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여러 판매상을 거치는 다층구조의 유통사 중심이라서 파격할인을 내세운 20~80퍼센트 세일 역시 대부분 제조원가가 아닌 유통원가 기준이라서 체감 할인율은 크지가 않다.

참여기업이 적다보니 구색은 맞췄지만 제품의 다양성도 적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한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은 10일간의 긴 추석연휴는 국내 소비자의 해외 유출만 초래했다. 때문에 정부의 야심찬 기획 의도나 기대와 달리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소비시장은 이미 KSF가 아니더라도 연중 인터넷을 이용한 네이버, 다음 같은 사이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의 빠른 시장 확대와 쿠팡, 티몬, 위메프, 공동구매카페 같은 SNS과의 경쟁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또 롯데나 신세계 같은 대형 아울렛 성격이 가미된 온오프라인쇼핑몰의 확대와 가성비를 내세운 오렌지팩토리, 오렌지마켓, 웰메이드와 더훅, 유니클로, 노스페이스코리아와 골드윈의 영원무역 같은 대형SPA방식의 신제품과 아울렛을 겸하는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소비자의 쇼핑을 위한 선택영역은 이미 충분하다.

세계 쇼핑시장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쇼핑몰의 성장과 함께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전 세계 오프라인 시장구조를 바꿔가고 있는 세계 최대종합패션업체인 스페인의 자라(ZARA), 일본의 유니클로 같은 유통망이 판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오렌지팩토리, 이랜드 같은 토종 SPA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안정된 성장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한 결과다.

이들처럼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은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가성비가 뛰어난 섬유, 화장품, 군수품, 서비스 시장을 넘어 첨단산업으로까지 시장진출을 엿보고 있다.

소비시장의 빠른 변화처럼 기업이나 브랜드들의 무한경쟁도 속도에서 뒤처지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재고가 쌓이고 경쟁에서 밀린다. 민간기업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현실이다.

기업과 브랜드가 무너지면 국가도 버티지 못한다. 혈세를 내세운 막대한 국가예산을 KSF처럼 이벤트나 환심을 사기 위한 전시성행사에 사용할 때가 아니다.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상품기획이나 현실적인 비전이 없다면 안하는 게 낫다.

지속 성장 중인 브랜드들처럼 제조, 유통의 경쟁력과 품질을 통해 소비자에 다가가는 혜안과 비전있는 제조유통브랜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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