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호 대표 "마음의 사치가 먼저…오페라로 사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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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호 대표 "마음의 사치가 먼저…오페라로 사치하라"
물질에 앞서 정신, 내면의 성장 필요한 때…"천재 하나가 결국 세상 바꾼다"
  • 이상헌 기자
  • 승인 2017.10.02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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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호 엠컬쳐스 대표가 지난 2015년 12월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살롱파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엠컬쳐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Act1. 오페라 난봉꾼의 행각(The Rake's Progress)의 주인공 톰 레이크웰은 성공을 시켜주겠다는 닉 쉐도우(Nick Shadow)의 말에 속아 앤 트루러브를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닉의 주문은 그에게 수염달린 여자와 결혼하라는 것이었는데 톰은 모든 걸 잃고 영혼까지 닉에게 바쳐야 하는 운명의 도박판에 선다. 

하지만 지고지순한 앤의 사랑 덕에 악마와의 카드 게임에서는 이겼으나, 그는 이성을 잃고 무덤으로 떨어진다. 다소 생소한 신고전주의 오페라에도 관객들은 '악마는 게으른 사람을 찾아 일을 한다'는 마지막 노래를 따라 부른다. 

Act2. "자 들어보세요, 여러분(Udite, udite, o rustici)." 약장수 돌카마라가 스페인의 어느 시골에 나타나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마법의 약을 판다.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한 네모리노는 전 재산을 털어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구입해 마신다. 하지만 그것은 묘약이 아닌 포도주였다.  

아디나가 결국 반한 것은 술에 취한 남자가 아닌 묘약을 더 구입하기 위해 군입대를 결정하는 네모리오였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지나 해피앤딩의 마지막 아리아가 펼쳐지자 관객들도 흥에 겨워 와인잔을 부딛친다.

신금호 엠컬쳐스 대표는 중후한 베이스의 닉 쉐도우로 나타나는가 하면 또 바리톤 음성의 약장수 돌카마라로 변신을 펼쳤다.

인문·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정확히 찾아 관객들의 감정이입(empathy)을 이끌어내는 데 독보적인 연출가의 활약과 함께 다소 난해한 신고전주의 작품은 물론 '사랑의 묘약'이 관객의 가슴에 담겼다.

약장수 돌카마라로 나타난 신금호 엠컬쳐스 대표가 스페인 시골청년 네모리오에게 사랑의 묘약을 속여 팔고 있다. <사진 제공=엠컬쳐스>

2일 서울 서초동 카페에서 만난 신 대표는 "내가 전달하려는 것은 옛 것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음악과 문학이 만나면서 탄생한 걸작이 바로 오페라"라며 "박물관의 청자, 백자만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살리고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1600년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피렌체 메디치가 지원한 어느 귀족 커플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음악과 극을 융합하는 일은 큰 비용이 들기에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금융과 자본의 힘으로 수많은 예술인과 학자를 지원해온 메디치가는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메스미디어를 통해 2~3분의 스파크를 일으키고 사라지는 오늘의 상업콘텐츠와는 다르게 고전은 한 번의 감동이 평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수백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인의 마음속에 그러한 설렘이 잊혀져 왔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음악대학원(RNCM)을 전액 장학으로 마친 그는 남들이 가는 평탄한 길을 멀리하고, 오페라라는 ‘보물’를 한국인들이 널리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인들이 물질적 사치에는 너그러운 반면, 정신의 사치에는 너무나도 인색하다는 것이 문제 인식으로 지난 2005년 엠컬쳐스의 전신 오페라M을 설립했다.

신 대표는 "사람은 지적 호기심과 죽음을 넘기 위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충족될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단편적 지식이 만연하는 상황이지만, 퍼즐 맞추기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연결시키면 어떤 작품도 친근함과 함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험난한 길이었으나, 문화예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사업을 하는 십여년 동안 스스로 채찍질하며 매달 칼럼을 쓰고 갈고 닦았다. 

한국 역시 문화강국을 목표로 삼고 꾸준한 교육과 투자를 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벌어들이는 수입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만든 반짝이는 아이템들을 모은 것이 '오페라로 사치하라'다.

엠컬쳐스의 콘텐츠 브랜드인 '오페라로 사치하라'는 오페라와 관계되는 모든 테마를 다룬다. 지난해 20세기의 연인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러브스토리에 이어 오는 10월 14일 오후 5시 서울시 서초구 심산아트홀에서 열릴 공연은 16~17세기 오페라를 탄생시킨 유럽 도시여행이 주제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최고실력파 성악가들의 목소리도 준비됐다. 이세진(소프라노), 윤예지(소프라노), 정소영(메조소프라노), 양인준(테너), 안갑성(바리톤) 그리고 M챔버오케스트라가 출연해 가을밤을 수 놓을 예정이다.

신금호 엠컬쳐스 대표의 저서 '오페라로 사치하라'와 공연포스터. 엠컬쳐스와 서초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한국메세나협회와 유구이앤씨(주)가 후원하는 이번 '2017  오페라로 사치하라'는 전석 2만원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진정한 음악의 맛을 느끼려면 예나 지금이나 살롱 콘서트가 최고"라는 지론을 펼친다. 그러면서 "이번 음악회는 격조 있는 살롱 음악회의 확장 버전으로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아이폰에 이어 삼성 안드로이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게 뭐냐는 반응이었지만 결국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왔다"며 "오페라 400년보다 역사가 훨씬짧은 미국의 경우에도 1880년 매트로폴리탄 오페라를 탄생시키며 종주국인 것처럼 거듭났다"고 말했다.

즉 문화에 대한 높은 인식은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의 바탕이 있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 그러면서 "평생 벌어 대학에 기부한 돈도 불법증여 취급을 받는데 이런 시행령이라도 좀 고치면 해결될 수 있는데 정부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무대 공연만을 고집하는 한국에서는 경쟁에서 밀리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몰리는 반면, 외국에서는 음대 졸업생들이 기획이나 스탭 등 창조적이고 다양한 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문화란 인간에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인사이트"라며 "100년 이후를 보고 꾸준히 교육과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천재 하나가 나타나 과업을 마무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모두가 넥타이를 메고 양복을 입지만 외형적인 부분만이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옛 것을 익히고 지신(知新)하는 자세로 이제는 마음과 정신을 업그레이드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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