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영양이 가장 풍부한 9월~11월 수확기를 맞아 한 인삼밭에서 초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KGC인삼공사>

[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지난 22일 서울에서 세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전북 완주에 위치한 2000평 규모의 인삼밭이었다. 전날 초벌 작업을 마친 인삼밭은 이날 오전 인삼을 한두 개라도 더 캐기 위한 ‘재벌’ 작업을 하는데 한창이었다. 인삼 수확은 KGC인삼공사 직원과 보안요원이 입회한 가운데 트랙터가 지나면 그 뒤를 작업자들이 따라가며 인삼을 주워 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밭에서 재벌한 인삼은 약 4톤. 이렇게 수확된 인삼은 30kg의 노란 상자들에 담겨 고려인삼창 부여공장(부여인삼창)으로 갈 준비를 한다. 

“삼을 키우고 수확하기 위해서는 8년 정도 땅을 관리해야 합니다. 인삼은 땅을 많이 가려서 제대로 된 토양 요건이 아니면 쉽게 죽습니다. 때문에 인삼을 수확하기 까지는 땅을 비옥하고 촘촘하게 하는 등 토양을 잘 관리하는 기술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인삼을 심기 1~2년 전 부터 땅을 쉬게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하고, 또 인삼이 생육을 하기 위해서 20°c~25°c의 서늘한 온도, 이른바 손으로 가볍게 쥐었다가 놓으면 실금이 갈 정도의 토양조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날 둘러본 인삼밭은 KGC인삼공사가 올해 가을 인삼을 수확하기 위해 약 8년 동안 공들여 관리해온 땅이다. KGC인삼공사는 인삼을 수확하기 6~8년 전 인삼 재배 예정지의 생육 적합도, 잔류농약 및 중금속 함유량 평가 등을 꼼꼼하게 진행한다. 이후 인삼을 생육하는 동안 재배되고 있는 인삼이 약 290여가지 자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7차례에 걸쳐 깐깐하게 가린다. 이렇게 테스트를 통과한 인삼만이 6년의 생육 기간을 거친 후 부여인삼창에 들어와 ‘홍삼’ 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이번에는 홍삼의 제조 공정을 보기 위해 완주에서 1시간 30여분을 달려 부여인삼창에 도착했다. 가을인 9월에서 11월 동안은 공장이 가장 바쁜 때다. 이맘때 인삼에 영양이 가장 가득하기 때문이다. 홍삼 생산은 9월~11월 집중해 진행되는 특수 작업으로 통상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200~300명가량 많은 인원이 홍삼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된다.

공장에 도착한 삼은 수삼(水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인삼(人蔘)은 식물 분류학 상 인삼류릍 통칭하지만 수삼(水蔘)은 밭에서 캐낸 말리지 않는 삼을 부르는 용어이다. KGC인삼공사가 주력하는 삼의 형태는 홍삼(紅蔘)으로, 홍삼은 수삼을 증기로 쪄서 말리면 얻을 수 있다. 홍삼은 찌고, 이후 말리는 과정을 통해 수삼이 가지지 못했던 유효성분을 배가하는데, 밭에서 나는 수삼의 사포닌이 24개라면 홍삼의 경우 32개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삼속 유효성분인 사포닌은 고열과 고압에 약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조건으로 삼을 찌지 못하면 수삼보다 효능이 못할 수 있다. 때문에 굵기와 품질에 따라 삼을 분류해 찌는 것이 노하우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물의 회전력에 의해 흙과 먼지를 털어낸 삼은 굵기와 품질에 따라 분류되고 이후 삼을 찌는 온도와 시간, 압력을 각각 다르게 적용 받았다.

증기에서 쪄진 홍삼은 40~5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완제품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햇빛에 건조되는 과정을 통해 부피를 축소한다. <사진=KGC인삼공사>

처음 공장에 도착한 수삼은 75%의 수분을 함유해 통통한 형태를 가진다. 증삼기에서 1차적으로 쪄진 삼은 기존 수분의 40~50%만을 가지지만 아직 수분이 많아 건조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홍삼의 외형 손상을 막기 위해 진동을 통해 가느다란 잔뿌리를 털고, 몸통 위주로 정비된 삼은 건조장으로 이동한다.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건조장에서는 햇볕을 통해 보름 정도 삼을 말린다. 기계에서 말릴 경우 삼에 구멍이 나는 등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삼의 속과 겉을 같이 하기 위해 자연광을 통해 건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탄생한 홍삼의 수분함유량은 13%로 모양도 기존보다 작아진다. 

모양이 작아졌다고 해서 바로 홍삼의 포장과 유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건조장을 지나온 삼들은 형태를 바르게 만드는 ‘정형’ 과정에 투입된다. 정형 과정에서는 삼이 마치 사람(人) 모양처럼 ‘머리·몸통·다리’를 보유한 모양새를 지니도록 가위로 다듬고, 품질에 따라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KGC인삼공사는 하루 평균 90톤의 홍삼을 정형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총 9800톤 규모의 홍삼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형을 마친 홍삼은 조직 검사에 들어간다. 벌레를 먹지 않았는지, 사이에 터진 흔적은 없는지, 갈변화가 잘 됐는지, 머리와 몸통 또 머리가 잘 있는지를 따진 후 속의 품질도 검증하기 위함이다.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얻어낸 6년 근 삼은 수삼 상태일 때 직경 등을 따져 1~3 등급을 가르게 됩니다. 하지만 홍삼이 돼서도 천삼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홍삼의 조직검사는 20~30년 경력을 가진 조직선별사들이 암실에서 불빛으로 삼뿌리를 하나하나 비춰 품질 저해요소를 잡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형삼 발생 비율은 0.4%가량. 하지만 천지양 중 천삼 등급은 전국 정관장 매장 600개당 하나를 겨우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얻기는 힘들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같은 6년 근이기는 하지만 삼의 발달 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천삼의 경우 10지(枝), 최근에는 5지로 구성된 제품이 나오고 있고 10지의 경우 600g 정도, 7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다. 

‘홍삼’의 공정이 모두 수작업이었다면 농축액부터는 자동화 공정을 거쳤다. 홍삼액을 만드는 작업장에는 총 4대의 설비가 있다. 물과 홍삼이 들어간 추출탱크, 달인 홍삼의 침전물을 원심분리로 제거하는 설비 등이다. 농축탱크는 홍삼액의 수분을 날려 꿀처럼 끈끈한 액체가 되도록 하고, 그 다음은 숙성탱크로 홍삼액을 옮기는 수순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240g의 정관장 홍삼정 홍삼농축액 한 병을 만드는데는 수삼 30-40뿌리 정도가 필요한 만큼 많은 양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산된 정관장 홍삼농축액은 하루 평균 4600병이 판매될 정도의 효자 품목이다. 열 뿌리에서 한 방울 추출되는 홍삼오일의 경우는 화장품 ‘동인비’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한편, 이날 부여인삼창 곳곳에서는 견학을 하러온 중국인 유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곳을 찾는 방문객은 연 1만5000명으로 외국인과 한국인 비중은 60%와 40%,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반절 정도이다. 이에 홍삼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농산물인 만큼 사드로 인한 중국 현지 내 타격 우려에 대해 질문하자 해외 매출 비중이 20%, 국내는 80% 정도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갈등 속 타격은 크게 없다고 KGC인삼공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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