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 전경.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초(超)거대기업들의 서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4차산업혁명 핵심 주도기술인 지능정보기술 업종의 대호황으로 관련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LG 그룹의 수익성이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중국 시장 특수를 누리던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은 한-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 연루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가 하락하고 실적 악화 위기를 맞았으나 '반도체 슈퍼호황'의 영향으로 수익성 측면에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거래마감 기준 시가총액 342조5888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인 삼성전자 우선주(39조3420억원)를 포함하면 시가총액 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필리핀 GDP(373조8798억원)와 대등한 규모다. 필리핀의 GDP 규모는 전 세계 34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이로 인한 제품 단종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에 반영한 갤노트7 단종으로 인한 영업손실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기가 영업손실 465억원, 삼성SDI가 영업손실 580억원을 각각 기록하는 등 관련 자회사들의 손실도 컸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후 재판이 장기화하며 리더십 공백, 대내외 신뢰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미국 글로벌 컨설팅업체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최근 발표한 ‘2017 글로벌 CSR 평판’에서 삼성전자는 64.5점을 받아 89위에 그쳤다. 지난해 20위(69.8점)와 비교해 69단계나 하락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고공행진을 거듭,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것은 지능정보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반도체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자율주행시스템, 사물인터넷 등의 수요가 늘어나며 빅데이터용 서버나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데이터센터 서버용 SSD 수요나 저전력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 전망치를 취합하면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1억6472억원, 영업이익 14조2354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28.9%, 영업이익 173.8%가 증가한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호실적을 견인하고 갤럭시S8 판매호조, 여름철 생활가전 판매 증가 등이 이같은 실적을 견인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갤노트7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입은 손실 규모는 어지간한 중견 기업이 도산할 만한 수준이며 경영 승계 예정자의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와 불확실성도 심대하다"며 "4차산업혁명 전야를 맞아 IT, 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요 급증이 거함 '삼성전자'의 항로를 다시 순항으로 이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돋보인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왔는데,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성사가 임박하자 2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60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60조4969억원)은 수년간 '코스피 2인자' 자리를 유지했던 현대자동차(31조1691억원)의 두배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자 이에 자극 받아 해당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일종으로, 스마트폰 용량이 커지고 PC나 서버에서 저장장치로 쓰이던 하드디스크가 SSD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점유율 10.6%로 업계 5위인 SK하이닉스가 해당 부문 경쟁력 강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기업군 별로는 현대차 그룹의 퇴조외 LG그룹의 약진이 눈에 띈다.  LG그룹 16개 상장 계열사(우선주 포함)의 시가총액 총합은 이달 들어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현대차그룹 16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산(95조580억원)을 넘어선 후 근소하게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이후 고공성장을 거듭했고 2012년 즈음에는 시가총액이 LG그룹의 두 배가 넘었으나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LG그룹에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재계 서열은 삼성전자-SK그룹-LG그룹-현대차그룹 순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LG그룹은 IT부문과 화학부문에서 꾸준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그룹 내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LG전자는 스마트홈 구축 경쟁에서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 국내외 유력 ICT 기업과 손잡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재조명받고 있다. LG전자-LG화학-LG이노텍 간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자동차 전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사드 배치를 둔 한-중 정부의 갈등으로 인한 여파에 노출돼 있다. 이달 들어 중국 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됐는데, 이는 현지 합작사인 중국베이징자동차가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도 중국 현지 롯데마트 철수 등으로 타격을 입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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