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입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기관투자자들을 활용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남용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기업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인 없는 경영’에 따른 단기실적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국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사용되면서 성격이 변질됐다.

특히 사단법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견제 장치 없이 자문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금융당국은 회계법인 등 외부 서비스회사가 관련 보고서를 위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결국엔 시어머니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21일 지난 정부 당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주도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좋은 지배구조 만들기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주의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에서 열린 '제3회 삼정KPMG 감사위원회 지원센터 세미나' 발표자로 나서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크게 보면 경제에 대한 투자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정KPMG는 21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상장법인 감사·감사위원을 대상으로 '제3회 삼정KPMG 감사위원회 지원센터(ACI)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삼정KPMG>

그는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물론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통해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조선시대 병역의 의무를 규정한 '삼정' 가운데 환곡(還穀)을 예로 들며 회계사들의 협업을 주문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비롯해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50여 개 기관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의사를 밝혀 회원사 등록을 앞둔 상황이다.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도 올해 12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해외의 기관투자가들도 국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금융위가 원장을 선임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감시까지 할 경우 3중 플레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주주들의 이익과 직결된 경제논리가 아닌 사회·환경·공익을 근거로 한 판정까지 내려지고 있다"며 "제도를 만든 정부 금융위원회가 자문에다 심판까지 하는 삼권을 모두 가진 강력한 권력 기관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임 전위원장이 강조한 집중투표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주장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가 견제만하는 단체로 전락해 이사회에서 잦은 의견 대립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 의사결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도 "공산당이 기업의 의결권을 좌우하는 중국처럼 부결이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략 2000만원의 비용을 들인 보고서 내용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결국 위탁 회계법인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애널리스트들이 항상 발표해오던 것인데도,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시한 7가지 기준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반면 이렇게 나온 보고서가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어서 엉터리 보고서로 피해를 볼 경우 대규모 소송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기관지배구조 코드가 법률로 바뀌어서 자율적이었던 금융 규제가 법제화된 것처럼, 스튜어드십코드도 법률로 강제화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이 관리 감독까지 하니 기업으로서는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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