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소재의 금융가. <사진=김채린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소위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을 목전에 둔 가운데, 김영란법과 관련해 대표적인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금융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김영란법의 시행 의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지속성과 처벌 방법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맨들은 우선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개인 시간이 늘어나 좋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에서 근무중인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일단 저녁 회식자리 자체가 많이 줄었다. 저녁 회식이 있어도 1차에서 끝나는 편이고, 체감상 30~40%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면서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저녁이 있는 삶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강압적인 저녁자리의 감소를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일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술자리에 강제 참여를 권했다면 최근엔 거의 없다. 또 전에는 술자리 분위기가 술을 많이 마시려는 쪽으로 흘러갔다면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그런 분위기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영란법의 시행은 회사의 재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재정 중 '접대비' 명목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줄어든 것.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양주를 마셔야 했던 게, 맥주나 소주 등으로 바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반면 근무 중인 금융사의 규모에 따라 김영란법 시행 전후의 체감 온도차가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다.

중형 금융사에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본래 술자리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술을 마시는 양이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김영란법의 시행 체감 정도를 중간 정도로 평가했다.

또 금융맨들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독특한 주류 문화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간단하게 맥주 한 잔 정도를 즐기는 이른바 '반주' 문화가 생긴 것. 과거 저녁 술자리를 통해 많은 양의 술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마셨다면, 최근엔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미팅, 혹은 미니 회식이 이뤄지면서 비교적 간단한 형태로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한 금융맨은 "본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인데 과거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표현하는 게 보다 수월해졌고, 회사 내 윗사람들도 수긍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영란법에 대해 대부분의 금융맨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금융맨들은 김영란법의 시행 지속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우려를 표한 금융맨 중 한 사람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초기 한 달 동안은 아예 술자리 약속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술자리 약속이 늘어나더니, 박근혜 정부의 말기에는 정국이 어지러운 틈을 타 거의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의 발견 및 처벌 조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란법의 발견 및 처벌이 까다로운 점을 지적한 것.

이에 대해 한 금융맨은 "고발하면 같이 처벌을 받으니, 선뜻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고발한 이를 봐주려고 하면, 악의적인 고발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해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이후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같은 해 3월 27일 공포됐고 1년 6개월여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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