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의 핵심인 베인캐피털에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빅딜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이 뒤따를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0일(한국시간) 도시바가 이날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사업 인수자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각액은 설비 투자비를 포함해 2조4000억엔(24조3000억원)이다.

'한미일 연합'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케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깅스톤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일본의 광학기기 제조업체 호야 등 일본 기업들도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도시바도 출자해 고용 유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를 마무리지으면 베인케피탈이 지분 49.9%를 보유한다. SK하이닉스는 베인케피탈에 자금을 대여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미일연합'은 웨스턴 디지털, 폭스콘 등과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두고 3파전을 펼쳐왔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유력했으나 웨스턴디지털이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다.

웨스턴디지털은 미에현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 메모리를 도시바와 공동생산하는 협업파트너인데, 도시바 메모리를 제3자에 매각하는 것 자체가 협업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도시바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인 애플이 이에 반발하며 한미일 연합에 가세, 다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애플은 약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 연합'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하고 관려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웨스턴디지털이 이끄는 '신(新)미일 연합'과의 협상을 종결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에 뛰어들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나선 것은 낸드플래시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자 이에 자극 받은 측면이 크다.

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일종이다. USB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에 이용된다. 스마트폰 용량이 커지고 PC나 서버에서 저장장치로 쓰이던 하드디스크가 SSD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3D 낸드 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손을 잡으면 낸드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다.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극력 반대해온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은 15.8%다.

업계 5위로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이 급선무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잡게 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도 손쉽게 피해갈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인수 성사 후 도시바의 기술과 생산량에 얼마나 접근이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해 기술이나 생산량 유출을 엄격히 제한할 경우 하이닉스 입장에서 투자의 실익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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