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거듭된 악재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현대자동차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판매가 줄고 있는 미국 시장의 새로운 수장을 뽑았다. 또 독자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세단 라인업의 마지막 주자인 '제네시스 G70(지 세븐티)'를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여파로 중국 시장 위기론이 확산되자 현대차는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는 16일(현지시각) 이경수(케니 리·61세) 신임 법인장을 발탁했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임 사장이 사임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제리 플래너리 수석 부사장이 CEO 직무를 대행해 왔지만, 지난 6월 데릭 하타미 판매담당 총괄 부사장까지 중도 퇴임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태였다.

이 신임 사장은 이날부터 HMA 최고경영자(CE0)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1982년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현대차 미국 계열사인 '현대 트랜스리드'의 사장 겸 CEO를 맡아왔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경수 사장은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20년 가까이 일했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 이유로는 판매 감소가 지속되는 등 위태롭게 항해 중인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5만4310대(제네시스 브랜드 포함)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7만5003대보다 24.6% 뒷걸음친 수치다. 올 들어 8월까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45만47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가량 줄었다. 또 현대차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두자릿 수의 감소폭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일일 생산대수를 기존보다 200대 감산하는 등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

이 신임 사장은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미국 전략 모델인 소형차 '베르나(국내명 엑센트)'의 신형 모델을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중책을 맞게 됐다.

이와 함께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지난 15일 중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G70'를 공식 출시했다. G70를 경기 침체 등으로 판매가 부진한 내수 시장의 '반전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G70은 초대형 럭셔리 세단 EQ900(해외명 G90), 대형 럭셔리 세단 G80에 이은 세 번째 라인업이다. 특히 브랜드 출범 이후 첫 독자 개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의 화려한 데뷔를 위해 다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압도적인 상품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G70은 현존하는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G70 스포츠'라는 별도 명칭으로 운영되는 가솔린 3.3 터보 모델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7초다. 기아자동차의 고성능 세단 '스팅어'보다 0.2초 더 빠르다.

또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의 음성인식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초호화 플래그십 세단인 EQ900에 세계 최초로 장착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도 탑재됐다.

데뷔 무대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제네시스 G70을 출품하는 대신, 제네시스 브랜드의 본 고장인 서울에서 론칭행사를 가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5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네시스 G70 론칭 페스티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와 안드라 데이(Andra Day), 씨엘(CL) 등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1만여명의 관객이 제네시스 G70의 탄생을 축하했고 현장은 네이버TV,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됐다.

현대차는 올해의 야심작인 제네시스 G70를 통해 국내 고성능차 시장 내 입지를 구축하고 판매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봉합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의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판매 감소에 따른 자금난의 여파로 두 차례에 걸쳐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협력업체들이 대금 지급이 연기되고 있다는 이유로 부품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는 200여개에 달하는 한국과 중국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받고 있다. 이들 협력업체가 받지 못한 대금은 평균 3.5개월 어치인 것으로 알려져다.

중국 현지에서는 현대차와 BAIC의 합자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나왔고 위기감은 고조됐다.

이처럼 대금 지급이 연기된 가장 큰 이유로는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위축과 자금흐름 악화를 꼽을 수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52만대보다 42.3%나 줄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올해 4월부터는 전년 대비 무려 60%씩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현대는 이달 13일부터 협력사들에 그동안 밀린 부품 대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합작 결별설'은 일단락 됐다.

특히 현대차와 BAIC는 다음달(10월 18일)이면 '베이징현대 설립 15주년'을 맞이한다. 양 사는 이를 기념해 행사를 열고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앞선 지난 8월 현대차는 중국 사드 폭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중국제품개발본부는 중국 상품 전략과 연구개발(R&D)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것으로, 상품 전략을 담당하는 중국상품사업부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중국기술연구소 등 2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또 판매 회복을 위해 올 하반기에 중국 전략 SUV인 신형 'ix35'와 신형 소형 세단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분변경 모델인 '올 뉴 쏘나타'와 '위에동 전기차'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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