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중고차 시장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자동차 담보대출 시장이 꾸준하게 커지면서 잔액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자동차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조152억원을 기록했다.

4대 은행의 자동차 대출 잔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이들 은행의 자동차 대출 잔액은 2015년 말만 해도 8000억원을 겨우 넘길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꾸준히 늘어나며 1년 8개월 만에 2.5배 수준으로 몸집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신한은행이 2010년 '신한 마이카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점,독식하던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른 은행들도 본격적으로 자동차 대출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도 강화하면서 자동차 대출을 늘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은행 방문 없이도 자동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용 'KB 모바일 매직카 대출'을 출시했으며 이어서 하나은행도 지난 6월 자동차를 살 때 필요자금의 120%까지 최대 1억5000만원을 빌려주는 '1Q오토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자동차는 각종 사고 위험이 있다 보니 담보물로는 리스크가 커 은행보다는 캐피탈 회사 등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담보물로의 위험이 줄어들었고 정부 규제로 가장 큰 대출시장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게 되자 은행들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은행들의 이러한 영업형태 변화에 캐피탈사와 카드사들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고유권한이나 다름없었던 자동차대출시장에 은행까지 들어오면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캐피탈사나 카드사 상품들은 금리 면에서는 은행들을 이길 수 없고, 과거에는 은행 자동차 대출은 은행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대출이 진화하면서 편리성에서도 캐피탈사 못지않아졌다.

이 때문에 캐피탈사는 중고차 가격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에 따른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직영 판매 방식으로 각종 사고 이력 조회나 차량 품질 등을 캐피탈사가 직접 보증해주고 허위 매물 피해도 예방해 주는 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는 것이다.

KB캐피탈은 지난해 중고차 매매사이트인 'KB차차차'를 열었으며, 신한카드도 지난 2월 '신한카드 차투차'를 개설했다.

BNK캐피탈은 지난해 중고차 매매 기업인 동화엠파크와 합작법인인 동화캐피탈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자동차 대출 시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미 대형 은행들이 1조2000억 달러(1346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동차 대출(카 론) 시장에 대해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5월 29일 보도했다.

금융기관들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수년 동안 자동차 대출 시장에 집중해 왔다. 자동차 대출의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아 인기가 시들해진 모기지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뉴욕 연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총 자동차 대출 규모는 1조1700억 달러로 바닥을 쳤던 2010년에 비하면 7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미 주요 상업은행들의 자동차 대출 규모는 4400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6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6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는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실패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미 은행들이 채무불이행과 소송에 대한 불안 속에 자동차 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9위 은행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루스 반 사운 최고경영자는 "한동안 자동차 대출에 매달려 왔지만 이제는 학자금 대출 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동차 대출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위험 대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웰스 파고와 JP 모건 체이스 두 은행 역시 올 1분기 자동차 대출 감소 규모가 지난해 1분기 대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자동차 대출 전문업체 캐피털 원 같은 경우도 자동차 대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피털 원의 리처드 스콧 블랙리 금융책임자는 "1분기 중고차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 대출을 약간 감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주요 은행들의 자동차 대출 감축에도 불구,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비은행 대출기관들의 자동차 대출로 자동차 대출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자동차 대출을 대폭 줄이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이미 차의 실제 가치 이상 또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 통화감독국(OCC)은 지난해 말 이미 자동차 대출 부문에서 신용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집중하는 일부 대출 기관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뤄졌다. 산탄데르 컨슈머 USA나 얼라이 파이낸셜 등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20% 이상 급락했다. 올 들어 8% 가량 하락한 중고차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이런 주가 급락은 더 큰 속도로 이뤄질 것이다.

자동차 대출 시장 규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약 8분의 1 정도이다. 따라서 자동차 대출 시장이 붕괴하더라도 그 파장은 국제금융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붕괴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렇다고 그 여파가 적다고 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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