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카는 ‘대한민국 중고차’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최근 이런 회사(오프라인 매장)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자 많은 사람들이 “잘 나가는 회사를 왜...”하면서 의아해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고차 소매업이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면서 더 이상 확장성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중고차 시장에서 확대하면 안된다는 암묵적 ‘압박’을 견디느니 차라리 ‘매각’이라는 카드를 뽑은 것이다. 사업성도 문제가 된것 같다.

SK엔카는 지난해 기준 전국 26개 직영점에서 6만8000여대의 차량을 거래했다. 같은해 매출액 818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이 1%대인 셈이다.

결국 SK엔카가 사모펀드 등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많은 ‘짝퉁’업체처럼 ‘○○엔카’라고 명명될 가능성이 높은데, 어쩐지 어색할 것만 같다. 그만큼 SK엔카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탓일까.

이 회사는 1999년 최태원 SK 회장의 비전 프로젝트에 따라 사내벤처로 시작했다. 당시 SK주식회사(現 SK이노베이션)의 ‘박성철 과장’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비즈니스 플랜이 SK엔카다.

SK엔카는 2000년 1월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같은해 12월 SK주식회사의 별도 독립법인인 엔카네트워크로 분사해 SK의 42번째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이 회사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트러스트 SK엔카, 대기업이 하면 다르다’였다. 그러면서 국내 최초로 차량 진단과 보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기존 사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온라인 상에서 ‘광고리스팅’이라는 새로운 수익모델도 개발했다.

2001년 4월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첫 직영점을 열고 중고차 매매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온라인 거래방식에서 오프라인까지 저변을 확대하면서부터 문제가 꼬이게 된다. 기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영세 매매상’들과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는 전국의 자동차매매사업자들 수 천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SK엔카의 시장 진입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그 정점이었다. 물론 그 후로도 각 지역의 매매조합이 행정전산을 막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기존의 영세한 사업자들의 입장에선 대기업인 SK엔카의 중고차 시장 진입부터 매장을 하나, 둘 늘려 나가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던 탓이다. 당시 시위를 벌인 주최측은 “SK측으로부터 중고차 사업 철회를 약속 받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SK엔카는 오히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중고차하면 흔히 ‘장안평’이나 ‘브로커’(매매상) 정도만 떠올렸던 국민들도 “중고차 시장에도 믿을 만한 회사가 생겼다”면서 이 회사를 눈여겨본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차량을 팔거나 중고차를 구입하는 시점에선 기존 매매상이 아닌 SK엔카를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실 SK엔카의 출현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자본력과 브랜드에서 크게 앞서 있는 대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조롱’받아왔던 중고차 시장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품질·신뢰 등을 확보하면서 시장에 안착한 이후 SK C&C로 흡수합병 및 온라인사업부(SK엔카닷컴)의 분할 등으로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SK엔카닷컴은 2014년 4월 호주의 온라인 자동차 기업 ‘카세일즈닷컴’과 합작법인으로 출범한 기업이다.

당시 SK C&C는 엔카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법인 ‘SK엔카닷컴’을 설립하고 카세일즈닷컴에 지분 49.9%를 1175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50.1%의 지분은 SK C&C가 보유하고 있다. SK엔카닷컴은 연간 약 100만대 이상의 중고차 매물이 등록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방문자 수가 매일 40만명이 넘는다. 새로운 사업모델과 자동차 전문 콘텐츠, 딜러지원 솔루션 등 전문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14조원 정도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꾸준히 3~4%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SK엔카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중고차 소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3년 후, 중소기업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우거나 소비자들에게 더 큰 신뢰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선 다시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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