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 언론사 대표와 점심 식사 중 자녀들의 취업 얘기가 나왔다. 그의 아들은 올해 초 국내 5 대 기업 중 한 곳에 취업했다. 그런데도 아들은 한동안 아쉬워했다고 한다. 원래 은행을 지망해 시중은행 세 곳에 지원했는데 모두 낙방했다는 것이다.

은행에 취업하기는 이처럼 어렵다. 공채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는다. 은행이라는 직장은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것이다. 다른 직장보다 급여 등 근무조건이 월등히 좋기 때문일 것이다. 시중은행의 대졸 초임은 5000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 이런 취업 경쟁을 뚫은 신입행원들을 두고 ‘사회적 약자’란다. 누가?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KB노협은 지난 13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노협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인 신입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것으로 모자라…”라고 주장했다.

솔직히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살짝 분노마저 느꼈다. 100대 1을 넘는 경쟁을 이겨내고 취업 첫해에 5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받게 된 젊은이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그렇다면 낙방한 청년들은? 또 그만 못한 연봉의 직장에 취업한 이들은? ‘약자 코스프레’에도 지켜야 할 금도(襟度)가 있지…

국내 금융사들의 임금 수준, 특히 대졸 초임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금융사들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도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지난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대졸 초임 삭감을 결의한 것도 이런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사용자단체다. 연봉삭감으로 생긴 인건비 여력은 신규 채용을 늘리는데 쓰기로 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올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 잡았다. 고객 대면업무가 줄어들고 점포망이 축소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면 오히려 채용을 줄여야 하지만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노조 측이 여전히 임금삭감에 반대하는 것은 고임금 잔치를 계속 즐기겠다는 심사다.

거의 100% 내수 산업인 은행의 수익 기반은 예대마진과 수수료이고 이는 기업과 가계가 부담하는 것이다. 즉, 은행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과 가계가 많은 부담을 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으로 고임금 잔치를 벌인다? 가족 중에 은행원이 있지 않는 한 즐겁지 않은 소식이다.

물론 금융 직종의 임금이 여타 직종에 비해 높은 것은 세계적 현상이고 나름의 당위성도 있다. 당위성이란 금융 직종이 ‘남의 돈’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남의 돈을 다루는 사람은 그만큼 횡령 등의 유혹에 자주 접하게 된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직종 종사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금융 사고를 저질러 얻는 이득보다 일자리를 지켜 얻는 이득이 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대졸 초임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 연봉을 깎은 것을 두고 ‘사회적 약자’ 운운한다면 공감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번 KB노협의 윤 회장 연임 저지 투쟁에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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