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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동자는 무혐의, 조력자는 감옥행…반쪽이 된 '적폐청산'
유제원 금융증권부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 1호로 적폐청산(积弊清算)카드를 들고 나왔다. 적폐청산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악습)을 청산하겠다는 뜻이다.

하루전인 13일이 금융감독원 변호사 특혜채용 비리에 관한 선고가 나왔다.

문 정부의 적폐청산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솔솔 나오고 있지만 막상 그 내막을 들여다보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정작 주동자는 빠져있고 조력자들은 감옥행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2014년 6월에 발생했다.

금감원의 변호사 경력직 채용 전형에 로스쿨을 막 졸업한 임영호 전 의원이 아들이 지원하게 된다. 임 전 의원과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과는 같은 고향 출신에 행정고시 동기로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임 전의원은 절친하게 지내던 최 전 원장에게 '아들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하게되고 최 전 원장은 2014년 당시 인사 담당이었던 김수일 부원장보와 이상구 총무국장에게 임 전 의원 아들에게 불리한 평가 항목은 없애고 유리한 방향으로 배점을 조정하라고 지시한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기관 수장의 명을 누가 어길 수 있었겠는가.

임 전 의원의 아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변호사 경력은 없는데 금감원에서 수습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김수일 부원장보와 이상구 총무국장은 부랴부랴 변호사 재직경력 우대조건을 없애고 금융기관 수습 경력이 있으면 우대하는 조건을 신설했다. 임 전 의원 아들이 이러한 '맞춤형 채용'에 무난히 합격하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다.

하지만 검찰은 특혜 채용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최 전 원장도 함께 조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임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수일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겐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류 판사는 "선고를 하면서도 사실 끝까지 찝찝한 부분이 있다. 피고인들은 범행에 의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 사건 증거에 의해서도 행위를 하게 한 방아쇠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노조측도 "폐쇄적인 인사시스템 대수술을 통해 인사라인에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 버렸다.

금융감독원 역활이 무엇인가? 답답한 마음에 홈페이지 설립목적까지 다시 들여다 봤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하여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분명 이렇게 명시 돼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한 신용질서와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한다던 금융감독 최고기관에서 부원장과 부원장보 두명이, 그것도 비리로 나란히 징역을 받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예전부터 금감원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최근 금감원 임직원의 음주운전 사실에 대한 감찰을 거부한 사건과 전 임직원에게 제한된 주식 거래가 실제로는 실명과 차명 계좌로 이뤄진 것 등 감사 결과 발표까지 앞둔 상황이다. 이번 감사결과로 아마도 수십명은 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듯 적폐가 만연한 기관에서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한다는 점이 누가 봐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들을 계기로 대대적인 내부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금감원은 위상을 되찾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반쪽짜리 적폐청산으로 마무리 하지 않고 사법부는 질서와 위계를 바로 세워야 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유제원 기자  kingheart@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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