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 전경. 한진해운 파산 이후 이 운하를 통과하는 국내 국적 컨테이너선은 없는 상황이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해운업계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상업 항로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전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박스클럽(Box Club) 회의에 참가해 "미국의 변화된 정책과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스클럽은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 등 세계 컨테이너선사 16곳이 회원사로 있는 세계 정기선사 협의체다. 

한국선주협회도 같은 날 유럽의 선진해운산업을 대응하기 위한 전략 보고서를 발간, '경쟁력 제고', '디지털화', '저탄소' 시대에 맞춰 한국해운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내년 6월 해양진흥공사의 출범을 앞둔 해운업계 나름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펼쳐졌지만,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가장 큰 후유증은 미국과 유럽을 향한 상업항로 소실이라는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한진해운 사태의 반성과 원양정기선 해운 재건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진해운 물동량을 대부분 외국 선사들이 흡수하면서 국내 운임수입 3조원이 증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정기선사 수입 감소로 국내 화주들이 미국과 유럽 항로에서 추가운임을 부담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월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현대상선의 1만 TEU급 선박이 철수하면서 유럽 항로에서 추가 운임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유럽 항로에서 국적 컨테이너선이 닿는 곳은 두바이까지 불과하며 뉴욕까지 연결되던 미국항로 역시 로스엔젤러스(LA)까지 밖에 닿지 못한다"며  "평균 운임 상승으로 물류회사들이 전반적으로 몸살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물동량 점유율 합계는 2015년 연간 평균 11.9%에서 2017년 1~7월 평균 5.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과거 물동량 가운데 1%포인트 정도를 흡수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글로벌 대형선사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 100만TEU의 원양 정기선 선복량 확보를 위한 시급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해상을 통한 제조업수출 물량이 97%에 달하는 나라임에도 정부가 상업항로 관리에 너무나도 소홀해온 만큼 한국해운 재건 프로그램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의 '해운산업발전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 실장은 "정부가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1년 단위로 실적을 검토 조정하여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이전이라도 한국선박해양을 통한 초대형선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