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금융당국이 은행·카드사 대출 연체이자 산정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현재 은행들은 채무자의 이자가 연체되면 보통 1개월 이내는 6%p, 3개월 내 7%p, 3개월 이상 8%p의 가산금리를 붙이고, 최고 15%까지 금리를 문다. 선진국인 미국(3~6%p), 영국(0~2%p), 캐나다(0%p), 독일(2.5%p) 등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급기한 이익 상실' 전까지는 원래 이자액에 약정 이자와 보통 가산금리가 적용돼 그나마 낫지만 기한 이익이 상실되면 원금에 대해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지연 배상금'이 부과된다. 통상 일반 신용대출은 1개월,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이 지나면 지연 배상금이 매겨진다. 때문에 이자 연체가 한 달만 넘어가더라도 내야하는 액수는 훌쩍 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채무자가 빚을 일부 갚더라도 은행의 채무변제가 '배상금-이자-원금'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밀린 돈을 완전히 갚지 않는 이상 연체된 이자 일부는 남는 악순환까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채무자들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상금을 갚느라 이자 근처에도 못가고 신용 불량자로까지 내몰릴 우려가 높다.

은행들이 대출 연체이자를 매기는 근거로 삼는 '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채무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자 전부를 갚을 금액이 일부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원금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가혹한 부담"이라며 "채무자들의 신용 악화까지 불러일으켜 불이익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연체이자 산정방식을 손보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정책 추진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충분한 설명없이 각종 비용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연체 가산금리 인하 의지를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2015년 연체 가산금리를 평균 1~2%p 내린 이후로는 인하 움직임이 없었다.

카드사들의 고금리 관행도 제동이 걸린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카드사들은 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하면 가산금리를 포함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의 이자를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신용대출금리(카드론 기준)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전업계 카드사를 기준으로 최저 4.90%에서 최대 26.90%에 달한다. 평균 금리는 13~15% 수준이다.

하지만 연체하면 약정이자를 합해 연체이자율이 연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최저 4.90%인 것을 감안하면 15%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가 붙는 셈이다.

금융위는 연체 가산금리 개편과 관련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연체 가산금리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김영일 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지연배상금 산정체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연체이자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고 연체 가산금리가 채권 부도로 인한 비용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의 연체가산금리는 약정 이자율에 평균 6~8%포인트의 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미국(약정이자율+3~6%p), 영국(약정이자율+0~2%p), 캐나다(약정이자율+0%p), 독일(기준금리+2.5%p), 프랑스(약정이자율+3.0%p)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 일본(15~20% 상한) 정도만 우리보다 높은 연체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대출금리와 달리 산정 체계가 허술한 점도 문제다. 대출금리는 금리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신용원가와 업무원가, 조달원가, 자본원가, 목표이익률, 조정금리 등을 더해 산정한다.

하지만 연체이자는 사실상 명확한 기준 없이 최고금리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나 손실율을 따져 책정하는 식으로 산정한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이자가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대출금리처럼 산정체계가 정교하지 못하다"며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정상이자(기본이자) 자체도 높기 때문에 연체이자 인하에 따른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이자는 수익을 내기 보다는 관리 비용 등으로 높게 책정한 측면이 있다"며 "인하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단정 짓는 것은 이르지만 연체이자 인하 방침에 대한 업계 반발이 전반적으로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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