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매각설에 시달려왔던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가 시장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그룹 내 성장동력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이 사람과 사물, 공간을 연결해 산업시스템을 혁신하는 ‘4차산업혁명’ 열풍에 따라 유통업계에도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기술(IT)부문과의 융합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 변화 속 SK플래닛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은 “11번가는 미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 발전시켜야 할 주요 성장동력으로서 이를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사내 임원 회의를 통해 항간에 떠돌고 있는 11번가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박 사장은 “11번가는 미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11번가가 중심이 되고 주도권을 갖는 성장 전략만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혼자서 1등을 할 수 없는 상호 개방과 협력이 필수인 시대”라며 “매각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업과 제휴를 통해 11번가를 국내 최고의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유통업계에는 11번가의 인수자로 롯데와 신세계가 가시화되고, 또 치열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이 일어왔다.

이와 관련 SK플래닛 측은 “매각이나 분할은 현재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11번가가 성장해온 것보다 향후 더 큰 발전을 위해 다른 대형 유통사업자와 협력 등 다양한 옵션을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롯데가 11번가를 인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설까지 제기됐다.

SK플래닛이 11번가를 분사시킨 뒤 투자금을 유치해 합작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롯데와 11번가의 지분 구조는 5대 5 비율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11번가의 매각설이 불거진 배경에는 SK플래닛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11번가의 거래액은 8조원대로 옥션·지마켓을 운영중인 이베이코리아에 이은 2위이다.

하지만 지난해 3000억 원대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고, SK플래닛의 2015년 영업적자는 59억에 불과했으나 2016년 3651억의 영업 적자를 보며 단 기간 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이중 11번가의 적자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SK플래닛은 올해 초 11번가와 시럽, OK캐쉬백 등 핵심사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인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중민투)의 투자 유치를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또 이베이코리아가 전체 오픈 마켓 시장의 50~60%를 점유하고 있어 경쟁이 녹록치는 않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신세계 SSG닷컴의 거래액이 2조원대, 롯데 온라인몰의 거래액이 7조원 안팎인 수준임을 감안했을때 11번가와 이들 회사가 합쳐질 시 12조원인 이베이코리아의 성적을 넘어설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SK텔레콤이 11번가의 매각을 전면 부인한데는 아마존, 이베이 등이 AI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서는 등 미래 유통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존재가 ‘이커머스’가 될 것 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이커머스의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들로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많은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통한 유통혁신을 시도 중이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베이의 경우 작년 5월 호주 마이어백화점의 1만2500여 개 상품을 VR기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VR백화점이다. 아마존의 경우 음성 대화로 쇼핑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 보이스 쇼핑을 선도하고 있다.  

11번가의 경우 AI 챗봇서비스인 '디지털 컨시어지 바로’를 운영중이며 모바일 채팅을 통해 고객이 찾는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취용 전기밥솥 추천해주세요”를 입력 하면 “용량이 작은 상품으로 보시는군요”라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모델별 최저가 찾기 서비스 등도 바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SK플래닛은 챗봇 기능을 보다 정밀화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해 ‘퍼스널 쇼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11번가가 연계한 대화형 쇼핑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누구에 프로야구 경기 알림, 오늘의 운세 서비스 외에도 11번가와 제휴한 쇼핑 기능을 추가해 선보였다. 

한편, 11번가의 매각설은 잠재워졌으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의 제휴 가능성은 계속해 열려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어떤 업체와 어느 방식으로 이뤄질지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진 게 없는 단계”라며 “주도권은 11번가가 가지는 것을 전제로 11번가의 성장과 발전을 모색 하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재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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