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호 패션아웃도어전문칼럼리스트

7조4000억. 지난 2014년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5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1조원대에 진입한 후, 매년 10~30퍼센트대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10년만에 이룬 성과로 전체 패션스포츠시장규모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2014년과 15년 7조억원대를 마지막으로 2016년 6조원대로 줄었고 올해는 5조원대까지 급락할 전망이다.

반면 전체 패션시장의 규모는 지난해에만 마이너스 1퍼센트대의 역성장을 기록했을 뿐, 올해는 다시 성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관련업계는 2017년 국내패션시장의 전체 매출규모가 4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패션시장의 꾸준한 성장과 달리 한동안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던 등산아웃도어시장이 급격하게 추락한 원인은 뭘까?

흔히 말하는 불황 탓일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급성장을 시작한 초기부터 예견된 매너리즘(mannerism)때문이다.

매너리즘은 똑같은 방식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린다는 뜻으로 더 이상의 아이디어나 발전방향은 고민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

즉 일에 대한 창의성이나 신제품의 개발없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반복하는 걸 의미한다.

국내 스포츠아웃도어시장은 전통적인 패션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이 형성된 초기부터 국제시장경쟁력을 가진 제품기획자나 개발자, 디자이너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과거 코오롱스포츠, 국제상사(LS네트워크), 화승 같은 전문화된 국산 스포츠브랜드들에 의해 초기의 등산, 아웃도어제품들이 생산됐다.

또 노스페이스코리아의 영원무역이나 청계천, 동대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블랙야크, 케이투코리아, 레드페이스 같은 시장상인들에 의해 제품이 제조됐고 고가제품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유통되는 작은 시장이었다.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가 확산되고 미디어 등을 통해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시작된 등산열풍은 과거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청바지 입고 산에 가던 시절이 아닌 또 다른 개성을 나타내는 아웃도어 패션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 획일적인 형태의 색상이나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장의 분위기는 찾는 소비자가 넘치면서 좀 더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해외 브랜드제품들을 수입했고 성장세가 커지자 엘지패션, 제일모직, 이랜드, 세정, 형지 같은 크고 작은 패션브랜드들이 아웃도어 브랜드사업에 뛰어 들었다.

자본이 몰리면서 시장의 규모는 커져 갔지만, 전문 상품기획자나 제조자가 부족했던 현실은 결국 스포츠나 등산아웃도어제품을 한 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여성복, 남성복 같은 기성복 디자이너, 제품기획자 등 패션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웃돈을 주고도 모셔가는 상황으로 커져갔다.

문제는 스포츠 등산, 아웃도어제품은 일반 의류나 제품과 달리 원단부터 재봉선 같은 작은 부분조차도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과 기능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분야다. 일반적인 제품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등산아웃도어패션이란 개념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최소한이나마 사용자의 몸을 보호해주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다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아웃도어패션은 일상복과 달리 아웃도어활동에 필요한 특별한 ‘장비’란 개념의 ‘기어’(GEAR)로 불린다. 그래서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같은 곳에서는 특수임무부대원들이 일반적인 군복 외에 아웃도어브랜드의 옷이나 제품들을 즐겨 사용한다.

한번 착용을 하면 다른 옷을 입기 어렵다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충족되던 아웃도어제품들은 고가에도 마구 팔려나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제품 개발엔 소극적이었고 남의 제품을 모방해 신상품으로 내 놓는 등 거품 논란의 단골 뉴스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아웃도어제품에 밀려서 성장이 주춤했던 골프, 스포츠 같은 브랜드에게도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불만이 확대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경쟁력을 잃은 브랜드는 빠른 속도로 퇴출 중이다. 인터넷과 SNS, 미디어가 성장할수록 소비자는 더욱 똑똑해지고 현명한 소비를 한다.

소비자의 요구는 간단하다. 필요한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것. 지금의 국내아웃도어산업이 더 이상 붕괴되지 않고 재도약하려면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외형을 키우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처럼 기획단계에서부터 왜 우리 제품인지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 생산라인과 디자인을 전문화하고 가격에 맞는 품질을 제공하면 된다. 물론 그 정비과정은 매우 어렵겠지만, 소비자의 요구가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인 만큼 시장과 눈높이를 맞춰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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