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문재인 정부들어 첫 정책성 보험으로 ‘소방관 보험’을 내놓는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주도해 등장했던 보험들이 대부분 유명무실화 됐던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성보험 역시 사실상 잠깐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추진되는 소방관 보험도 이를 통해 별 이득을 기대할게 없는 민간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짐을 지게됐다. 결국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정책 홍보용으로 반짝하다가 폐기처분된 과거의 앞선 정책성 보험상품들의 사례를 그대로 되풀이 할것 아닐까 하는 우려스런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사고 위험이 높아서 민간 보험사들로부터 상품 가입을 거절당해온 직군에 대해 전용 보험 상품을 개발한다며 그 일환으로 '소방관 보험'을 내놨다.

지금껏 화재진압과 구급, 운전 담당 소방관은 직업별 상해위험이 D등급으로 구분됐다. 소방관은 가입 거절 직군으로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이 어려운 직군으로 분류됐다. 보험사들은 직업 위험도에 따라 고객을 A(저위험)와 B·C(중위험), D·E(고위험) 등급으로 나눠서 운영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코자 우선, 소방공무원의 보험 가입에 대한 논의부터 들어갔다. 향후엔 경찰과 군인, 구급차 운전사 등도 차례로 실손보험에 가입케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은 소방공무원의 재해 사고를 보장하는 별도의 ‘전용보험’ 개발 판매를 위한 입법방안과 예산 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데 별도 심사가 필요 없는 단체보험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사고 발생 위험이 큰 만큼 보험료를 일반 실손 보험보다 비싸게 책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보험료의 50%까지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작, 소방관 보험에 대해서 업계내외에선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예전부터 정부가 진두지휘해 내 놓은 보험 상품들이 대부분 유명무실해져 왔던 탓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4년 7월 내놓은 노후실손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실손보험 가입이 힘든 고령자를 위해서 75세까지 가입연령을 확대하고 보험료를 30%가량 낮추겠다는 것이 취지다. 대신 기존 실손보험에서 10% 혹은 20%인 자기부담율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노후실손보험은 지금도 국내 10개 보험사들이 판매하지만 가입은 극히 미미했다. 현재 해당 보험사들의 노후실손 가입은 2만6000여건으로, 대상 연령인 50세부터 75세 사이의 인구가 1500만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가입률이 0.17% 수준에 그친다. 최근 일반 실손보험의 가입 건수가 3400만건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년 전 등장한 ‘4대악 보상보험’도 마찬가지다. 4대악 보상보험은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방지 등을 척결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발맞춰 등장한 정책성 보험이다. 4대악으로 피해를 입으면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 등을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출시된 후 가입이 없자 얼마 되지 않아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9월 녹색성장 정책을 표방하며 내놓은 녹색자동차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8월 4대강 주변에 자전거전용도로까지 만들며 출시된 개인용 자전거 보험 역시 현재 손해보험사 한 곳을 제외한 모든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정책성 보험들이 이처럼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데는 해당 정권들이 보험업계에 대해서 상품개발을 압박하면서 보험사들도 억지로 상품을 출시한 탓에 있다. 아무리 상품개발 취지가 좋아도, 해당 상품에 대한 충분한 수요와 뚜렷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결국 판매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높고 수익성도 낮은 보험상품에 대해서 정부의 강요로 상품개발을 하고 상품출시가 계속되는 한 이같은 정책성 보험은 향후에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책성 보험의경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민간에게 떠미는 정책 행태로 본다. 일종의 정부에 의한 갑질이란 것이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정부에서 힘으로 누르며 정책성 보험 개발을 강요 당하는 일이니 일종의 갑질로 인식된다"며 "보험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관련 상품을 출시해도 시장에선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판매가 사라진다. 태생부터 성공을 기대키 어려운 구조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대통령공약을 민간 보험사를 통해서 실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소방관 보험 같은 상품도 이를 개발하는 취지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민간 보험사가 아닌 정부 기관이 이에 책임을 갖고 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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