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자동차안전센터 관계자들과 녹·부식 피해 차량 소유자들이 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혼다코리아는 이번 '녹(綠)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도, 사과도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자 우롱입니다."

혼다코리아(이하, 혼다)가 '녹 사태'의 여파로 끝없는 나락에 빠지고 있다.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 당한 것도 모자라 미온적이고 무성의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인 YMCA 자동차안전센터(이하, YMCA)는 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다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상품(자동차)의 하자를 은폐하면서 일정기간 이상 지속적으로 판매해 재산상 이익을 취한 행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본다. 형법 제347조(사기)에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가중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제공=YMCA 자동차안전센터>

서영진 YMCA 간사는 "혼다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2017년식 CR-V와 어코드 등 신차에서 녹·부식이 발견됐고 YMCA는 피해접수창구를 개설했다"며 "지난달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관련 피해 제보·접수는 77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단체 측에 따르면 혼다는 녹·부식 문제를 인지하고도 지난 8월까지 CR-V 1000여대, 어코드 3000여대 등 총 4000여대를 판매했다. 판매된 차량 중 일부에서는 녹·부식이 발생한 부위에 매직으로 마킹한 부위가 발견됐다. 또 차량 출고 시 블랙박스 및 네비게이션 장착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 때 녹·부식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미 혼다가 녹이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혼다가 최대 500만원 할인의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문제 차량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달 초 딜러들이 소비자들에게 보낸 프로모션 문자에는 최대 500만원까지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단체는 "지난달 초 혼다에게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과 피해자 보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그동안 어떠한 입장도 없던 혼다는 고발 직전인 4일에서야 의미 없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혼다가 보낸 회신 공문을 살펴보면 ▲해당 녹에 의해 차의 안전, 기능, 성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일절 없다 ▲국토교통부에 자발적 시정 조치를 보고하고 그에 따라 8월 22일부터 무상 수리 및 재발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단체는 "국토부는 혼다의 '자발적 시정 조치'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며 "또 녹에 의해 차의 안전, 기능, 성능 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없다는 혼다의 주장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혼다의 이 같은 입장 회신은 YMCA를 기만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YMCA는 혼다를 특경법 상 사기 혐의로 검찰 고발하고, 철저한 조사와 조사결과에 따른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YMCA는 추가적인 민사소송 및 소비자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혼다코리아의 프로모션 관련 문자. <사진제공=YMCA 자동차안전센터>

이날 기자회견에는 혼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소유주 10명, 중형 세단 어코드 소유주 2명 등 피해 소비자 12명도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CR-V 차주인 이모씨(서울·여)는 "지난 7월 26일 올 뉴 CR-V를 출고받았다"며 "차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고자 방문한 온라인 카페에서 녹 이슈를 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과 함께 타는 가족용 차로 구매한 CR-V에, 그것도 새차에 녹이 슨 것에 대해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며 "특히 방청 작업을 받으면 추후 발생하는 소음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다는 신차를 뜯어놓고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차만 팔면 끝'이라는 식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혼다에서 다시는 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CR-V 차주인 정모씨(서울·남)는 "지난 6월 인도받은 CR-V에서 녹이 발견됐다"며 "미국 베스트셀링카로도 꼽히는 CR-V를 믿고 차량을 구매했는데 사기 당한 기분이다"고 분노했다. 정씨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족용 차, 안전한 차로 CR-V를 구매했다"며 "녹이 발생하고 부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녹가루를 흡입할 경우 호흡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서비스센터나 고객센터에서 방청작업을 해주겠다는 공지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다"며 "최소한 신차 교환 작업이라도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일 어코드 차량을 인도받은 유모씨(서울·남)는 "출고를 앞두고 CR-V 사태가 발생했다. 어코드는 해당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딜러의 이야기에 차량을 인도 받았다"며 "우려스러운 마음에 차량을 살펴보니 녹이 발견됐고 딜러에게 문의했지만 딜러는 '이 정도의 녹은 양호하다', '다른 차량에도 녹은 발생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분노했다.

그는 서비스센터에서 녹 제거와 방청작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 중이라고 했다. 기본적인 사과도 없이 단순 방청 작업으로만 이번 문제를 덮으려는 혼다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방청작업을 받으면 앞으로 녹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특히 새차를 뜯어 녹 제거와 방청작업을 받으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나 진동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 안된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혼다코리아가 9월 프로모션으로 어코드에 대한 할인폭을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인 것이다.

어코드 차주인 김모씨(서울·남)는 "혼다가 할인 판매를 통해 재고 떠넘기기에 나선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또 이미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무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는 "혼다 차주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시간적 제약이 많은 상황임에도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은 그만큼 사안의 중대하기 때문"이라며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혼다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고발과 관련, <이뉴스투데이>는 혼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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