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면서 총수로 지정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공정위가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 넥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함에 따라 인터넷-게임 기반 벤처로 출발한 유력 기업들이 준재벌기업의 반열에, 그 창업자들은 사실상 재벌 총수의 지위를 '공인' 받으며 시장 감시·감독 대상이 되고 있다. 내년에는 넷마블게임즈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인터넷-게임 업종의 경우 기존 재벌기업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거나 친족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물의를 빚는 사례를 발견하긴 어렵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총수 지정에 다소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본인이 보유한 네이버 주식 지분율이 높지 않고, 실제 회사 경영과정에서 '군림'하지 않으며 투명한 기업 경영 구조를 갖췄다는 자긍심에 기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새롭게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거나 될 예정이 된 회사들의 경우 창업자가 사재를 출연해 동종업계 다수의 벤처기업에 투자를 단행한 경우가 있어, 향후 그 성과물을 본사가 인수하거나 서비스하는 데에 다소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기업집단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총 71개사가 시장 감시, 감독 대상으로 편입돼 세부 사업에 대한 즉시 공시 의무를 띄게 됐다. 네이버 계열 24개사, 라인 계열 13개사, 휴맥스 계열 19개사, 기타 15개사 등이 포함됐다.

휴맥스 계열사가 대거 포함된 것은 변대규 휴맥스 홀딩스 의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이해 관계가 얽힌 기업군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해진 창업자와 육촌 이내 혈족, 네이버 임원, 휴맥스홀딩스 및 계열사, 휴맥스 임원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는 모두 관리 감독 대상이 됐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 지정을 두고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실행 가능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재벌기업을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기반한 규제의 틀을 적용하기에 적합치 않은 새로운 형태의 유망 기업이 등장하는 만큼, 관련한 법제도도 새로운 틀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받아들여달라"고 밝혔다.

게임업종 1위 기업 넥슨은 넥슨코리아와 NXC의 국내 계열사 등 22개사가 공시 의무 기업 대상이 됐다. 김정주 창업자가 NXC를 통해 다수의 기업에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그 숫자가 체감에 비해 적은데, 이는 공정위가 감시 감독 대상을 국내 기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네이버와 달리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주식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임원들이 혈족이 운영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를 회사에 사전 신고하고 있다"며 "임원들의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떠한 게임사의 주식도 취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룰이 오래전부터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게임 부문의 기업들 중 넷마블이 내년에 추가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이 유력하다. 넷마블이 최근 발간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자산 총계는 4조6570억원(연결기준 5조1112억원)으로 준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요건인 5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넷마블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총수로 지정된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 6월 30일 기준 넷마블 지분 24.38%를 보유,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 직후 스톡옵션 발행의 영향으로 방 의장 보유 지분율이 다소 하락했으나 개인 주주 중 독보적인 지분 비중인데다, 주요 주주인 텐센트와 CJ E&M이 경영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 만큼 방 의장의 총수 지정은 피할 길이 없다.

인터넷-게임 업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될 경우, 총수로 지정된 지배주주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하거나 투자한 동종 업종의 회사 제품을 배급하는 것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벤처스가 2014년 이후 다수의 벤처기업에 출자한 바 있다. 카카오가 카톡 플랫폼을 통한 게임 채널링 서비스 비중을 줄이고 직접 배급 비중을 늘리는 만큼 외부 투자가 더욱 확발해 질 수 밖에 없고, 투자로 인한 결과물을 직접 서비스 해 그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넷마블 산하 개발사 중 넷마블파크를 비롯한 핵심 개발사들에 사재를 출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방 의장은 '모두의 마블' 개발사 넷마블엔투 지분 12.50%, '마구마구' 제작사 넷마블앤파크 지분 11.33%, '몬스터 길들이기' 개발사 넷마블몬스터 지분 5.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방 의장은 그룹 내 계열사 외에 CCTV 보안업체 인콘의 지분 35.56%를 취득해 이 회사의 1대주주로 있었으나 최근 이 회사 보유주식 전량을 287억원에 매각했다.

넷마블이 상장을 앞두고 관련 테마가 형성되자 "방준혁 의장이 지분을 보유한 넷마블 산하 개발사를 인콘과 합병시켜 우회상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가 퍼지자 인콘의 주가가 급등했는데, 방 의장이 넷마블 상장을 완료한 후 인콘을 매각하며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하진 못했다. 

방 의장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의 게임은 넷마블이 성장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이들의 차기작도 넷마블이 서비스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출자한 회사의 게임을 배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나, 그 계약 과정에서 통상적인 계약수준과 비교했을 때의 형평성과 투명성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즉시 공시해야 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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