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백악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미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 등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을 준비하라"라고 보좌관들에게 지시하자,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를 막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비' 피해를 당한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달 초 한미FTA폐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해선 안 된다는 것이 참모들의 반대 의견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측근 등 비선을 통해 폐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한미FTA 폐기를 반대하는 참모진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일본 상공을 지나가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시기에 자칫 한국 정부를 고립시켜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미FTA 폐기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1대 1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문재인 정추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양국간 무역전쟁은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게리 슈미트 미국기업연구소(AEI) 메릴린웨어센터 안보담당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달리 친미 성향이 아닌데, 그를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은 한쪽이 폐기를 선언을 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한미FTA 개정을 위한 공동위원회을 유리하게 끌고 위한 엄포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폐기하려다 측근들과 산업계의 적극적인 로비 이후 마음을 바꾼 적이 있다"며 "최근 들어 다시 멕시코의 협상 태도를 문제삼으며 NA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미FTA 체결 당시 미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커틀러 전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 무역적자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불행하게도 한미FTA가 실패한 FTA 사례로 주목받았다"면서 "그러나 한미FTA는 두 나라의 기업과 노동자, 시민 모두에게 이익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 측은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발표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이를 한미 동맹의 문제와 연관시키면서 신중한 모습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진의를 좀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한미 FTA 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터 발언해온 것인 만큼 협상이 안 되면 폐기하는 상황까지 염두하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 섞인 반응은 양국간 신뢰의 위기를 상징하는엄중한 메시지로 봐야 한다"며 "10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불만을 풀어주기 위한 외교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