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의 후폭풍이 정치권과 경제계 안팎으로 일파만파로 커지며 에너지·화학업계에서도 긴장이 감돌고 있다.

1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가 지난 31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부분 승소했으나, 회사마다 임금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더라도, 상여금에 통상임금을 포함시킨 것은 경영 침해 소지가 크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 진행 중인 기업은 전체 115개사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종업원 450인 이상 기업가운데 소송건수는 총 103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4건을 제외시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최대 8조3673억원의 추가비용이 부담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들 입장에선 "일률적 결과가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해당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고정성이 충족돼야 하지만 재직 중인 구성원에게만 상여금이 지급되는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한 관계자는 1심 진행 중인 노조의 체불임금 청구와 관련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 건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측은 "현재 소송 건이 몇개 있지만 법리에 따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아차 판결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계가 이처럼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법원의 이번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만족해 하면서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을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수십 년간 기업의 임금이 낮은 기본금, 높은 상여금, 복잡한 수당으로 구성돼 노동자에게 불리했다"며 "재계는 잘못된 임금 정상화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주장이지만, 재계에서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노사간 갈등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번지게 되면 노조나 직원들의 줄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며 "노동비용 부담 증가와 산업 전반의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내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요구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근로 기준법에 정말로 통상임금을 뜻하는 주급을 비롯한 복지수당만 정해놓으면 문제가 벌어질 일이 없다"며 "상여금 포함만을 무조건 고집하다가는 고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임극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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