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국이 수출입은행(CEXIM)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한국의 조선업을 추격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일 중국 리커창 총리와 프랑스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CMA CGM과의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의 조선3사가 이번 수주전에서 "헛물만 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 뛰어 들기 이전에 프랑스 해운사와 중국의 조선소가 강력한 동맹을 형성, 'CMA CGM'은 중국 회사와 협정을 맺은 최초의 선사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CMA CGM'이 발주한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은 후둥중화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등 중국업체 2곳으로 돌아가게 됐으며, 지난 20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 이후 대출의 방식과 조건 등을 최종 조율을 벌이고 있다.  

이들 9척 선박의 계약규모는 약 14억4000만달러로 한화로는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의 2만1413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기록을 넘어선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나서 자금 지원 로비를 펼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대형 3사가 아무리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장사가 없다"며 "지금에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키겠다는 한국의 느려 터진 정책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의 이 같은 활약은 지난 2015년 홍콩·캐나다계 선주사인 시스팬이 발주한 1만~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상세 내용은 3년간 10억달러 규모의 수출신용공여를 통해 시스팬의 금융 유연성을 제고시킨다는 것이었으나 가운데 가장 핵심은 "중국 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박을 신조한다"는 조건이었다. 

시스팬은 2011년 이후 중국 양즈장조선소에서 25척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신조하기 위해 CEXIM과 중국개발은행으로부터 각각 30억과 52억달러의 금융지원을 받은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선진화된 방식으로, 중국 정부는 외국적 선사를 지원해 일감을 따내고 있다"며 "적극적 조치로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해상실크로드마저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 24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해운산업 전담지원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설립 방안을 발표했으나, 업계에서는 조선업을 소외시켰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상목 중소조선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을 선언했음에도 결국 조선업 정책은 쏙 빠져버렸다"며 "금융지원이 해운업에만 포커싱된다면 한국의 선박금융은 첫 발조차 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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