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사익 추구를 위해 공모했고, 이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기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움직여 삼성의 승마지원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연말 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항소심 선고까지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총수 부재 상태는 한동안 지속하게 됐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5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가 작성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범(특가법)상 횡령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증에 관련 법률 위반(위증)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이 특수관계에 기반해 삼성의 승마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공조 ▲ 이재용 부회장과 당시 삼성 임원들이 두 사람 관계의 특수성, 승마 지원이 최서원과 정유라를 지원하는 것임을 인지 ▲ 회사 자금을 해외로 반출해 승마 종목 지원의 형태로 활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 삼성 내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를 위한 로드맵이 진행됐다고 판단했고,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개별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지 않았으나 ▲ '큰 그림' 으로서의 승계 작업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기대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봤다.

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이 경제공동체 임이 입증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서원과 오래 동안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했고, 국정운영에 최서원의 관여를 수긍한 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정유라를 직접 언급한 점, 승마 지원이 미흡한 경우 피고인 이재용을 강하게 질책한 점 등을 감안하면 승마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최서원과 공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이 비 공무원과 뇌물수수를 공모해 공모자인 비 공무원이 뇌물을 받게 할 경우 공무원 자신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해 단순수뢰죄를 구성한다"며 "이 경우 뇌물이 실질적으로 공무원 본인에게 귀속되거나 비 공무원인 공모자의 경제적 이득이 공무원 본인의 이득이 되지 않아도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이 '경제공동체'라는 입증이 없어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빠르면 2014년 연말 경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권 실세의 딸 정유라와 연관된 것을 알았고 2015년 3월 혹은 6월에는 승마지원 요구가 정유라에 대한 지원 요구이며 배후에 있는 최서원이 중심임을 인지했고, 2015년 7월에는 승마지원이 (최서원과 공모한) 대통령에 대한 지원임을 알았다"고 판정했다.

또 "이재용 등 피고인 전원이 2015년 7얼 말 경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의 공모관계를 확정적으로 인식했고,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한 이 부회장이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에게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하고 승마지원에 관한 포괄적인 지시와 확인을 한 점을 들어 이재용이 관여한 것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서원과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동기가 승계 구도 과정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 사실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 중 일부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는 당연한 것이며, 이를 위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고 '승계작업' 자체가 특검이 만들어낸 '허구적인 프레임"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는 승계작업 자체가 이뤄졌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영승계 등 현안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 명시적으로 청탁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승계작업과 관련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는 개별 지원행위별로 나누어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이 국정수행 또는 정부 시책의 실현에 협조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인에게 공익 목적 단체에 출연을 요청하는 경우 기업인 입장에서 이 요청이 공익적 목적인지 대통령 또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요청인지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피고인들의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은 대통령의 직무와 지원행위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되며 재단 지원과 관련해선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승마지원의 경우 최서원과 대통령의 공모에 따른 정유라 개인에 대한 지원 임을 알 수 있었고, 용역대금과 마필이 최서원이 지배하는 특정법인이나 최서원 개인에게 귀속되는 점,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삼성 측이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지원한 것은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인사들이 묵시적으로 '대가'를 바란 것이며, 그 대가는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지원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지원의 경우 재단 출연금 액수가 전경련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졌고, 대통령의 관심 사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 재단 지원금은 뇌물죄 구성요소에서 배제했다.

이에 따라 특검이 공소를 통해 뇌물이라고 주장한 433억원 중 재단 지원 부분 전액과 승마 지원 부분 중 일부(선수단 차량 및 마필 수송차량 구입 대금 명목, 추가 공여 약속)는 제외됐다.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 외에도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에게 징역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상진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의 특수성, 승마 지원 요청의 의미 등을 알았는지, 승계작업에서 도움을 기대하고 지원을 결정했는지 여부 등 핵심쟁점의 대부분에서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이날 상세하게 알리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의 재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 판결이라고는 하나,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이 '공모자'임을 최초로 인정했고,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가 아님에도 최서원과 그 딸 정유라가 받은 뇌물로 인해 공모자인 박 전 대통령과 뇌물공여자가 함께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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