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상명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상명 기자] 지난 정부 2015년 1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2000원 인상됐다. 당시 여론은 서민증세 논란으로 들끓었다. 너도나도 금연을 결심했지만 이듬해 담배 판매량은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국민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는 표면적 정부 주장과 달리 세수는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정작 흡연자들을 위해 재사용되는 담뱃세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 다시 한번 담뱃세 인상이 화두에 올랐다. 이번 타깃은 일반 담배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올해 중순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코스 출시 당일 광화문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은 신개념 전자담배에 대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날(PMI)의 '아이코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글로' 2종이다. 이 제품들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을 큰 폭으로 줄였다.

모순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면서도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한다. 이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지만, 동시에 흡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효용(스트레스 해소 등)에 대한 우선순위를 저울질하는 과정이다.

금연과 흡연 사이에서 방황하는 애연가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 궐련형 전자담배다. 이들 제품은 특수 제작된 연초를 사용해 일반 담배에 가까운 맛과 풍미를 준다. 반면 유해물질은 일반 담배에 비해 90% 이상 줄었다.

즉, 흡연의 유해성을 대폭 줄여 그나마 건강한(?) 흡연생활을 가능케한 제품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일반 담배와 흡사한 풍미와 함께 매력적인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홀렸다. 

특히 외국에서는 이 제품이 금연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해 초 열린 국제 금연정책 심포지움에서 도크렐 영국 보건국 담배정책국장은 "각종 금연 서비스 효과판정을 위한 연구에서 전자담배를 이용한 금연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연보조제로써 역할을 인정했다.

외국은 이러한 이유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 연초 대비 50% 이하의 세율을 매긴다. 소위 '착한담배'에 대해선 낮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다시한번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담뱃세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과거에 진행됐던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때깔만 좋은 명목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세금 인상은 '일반담배 판매 감소에 의한 세수 감소 보전'이라는 노골적 이유가 달렸다. 과거 담뱃세 인상이 알고도 속는 변화구였다면, 이번 경우는 정면으로 날라오는 강속구인 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일반담배와 동일한 개별소비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어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동반 인상도 점쳐진다. PMI측은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담뱃세, 주류세, 경유세 등은 대표적인 간접세다. 간접세 인상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홀쭉하게 만들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주거비·의료비·교육비 등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서민들 여윳돈을 늘려주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이번 담뱃세 인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동시에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 KT&G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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