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림 한국HR진단평가센터 대표

 

블라인드 채용을 두고 오가는 말이 많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작성한 ‘공공기관 블라인드채용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블라인드채용은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을 걷어내고 실력을 평가하여 채용하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앞으로 입사지원서는 이와 같은 항목을 아예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면접에서는 묻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업의 채용방식에 대해 거론하게 됐는지, 저간의 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철인경기에 빗댈 수준의 무분별한 스펙 쌓기 경쟁이 사회적으로 문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인재평가란 관점에서만 보면, 예상되는 블라인드채용의 전모는 불안감을 준다. 채용이란 경영행위를 세부적으로 쪼개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채용은▲인재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후▲기준에 부합하는가를 평가하여▲최종 선발의 의사결정을 하는 프로세스이다. 입사지원서에 뭔가를 기재토록 하는 것, 면접에서 지원자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정보수집의 활동이다.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누대에 걸쳐 응집된 지혜인 속담에서도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인재평가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정보가 빈약하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뭔가를 가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가리면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야 하며, 그렇게 뭔가를 언블라인드시키는 것이야말로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이다. 취준생에게는 가려진 정보, 그 이상의 정보를 드러내라는 요구가 목전에 펼쳐질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그것은 실력에 관한 정보가 되는데, 도대체 무엇을 언블라인드하라는 말인가?

박재림 ㈜한국HR진단평가센터(http://biz.hrdna.co.kr )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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