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 사장(왼쪽)과 GM 쉐보레 엠블럼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한국지엠주식회사가 신임 사장으로 카허 카젬 인도 제너럴모터스(GM) 사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만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정통 자동차맨'이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된 것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신임 사장의 등장이 오히려 '한국 철수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이달 31일부로 임기가 종료되는 제임스 김 사장의 후임으로 카허 카젬 GM 인도 사장을 내정했다. 카젬 사장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지엠 대표직을 맡게 된다.

카젬 사장은 지난 1995년 GM 호주에 입사 후, GM 홀덴 생산 부문에서 여러 핵심 직책을 맡았다. 2009년에는 GM 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 및 품질 부사장을 역임했고 2012년에 GM 우즈베키스탄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2015년 GM 인도에 합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하고 2016년에 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자동차에 정통한 '카가이(Car Guy)'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회사 내부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동차와 관련 프로세스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지엠 실적개선과 판매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 역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지엠의 수장으로서 사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한국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쉐보레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고 성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지엠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한국 철수설'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제임스 김 사장이 지난달 돌연 사임을 표명하면서 철수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젬 사장 선임이 철수 루머를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재도약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통'으로 불리는 카젬 사장이 한국지엠 수장으로써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16년 1월 제임스 김 사장이 선임될 당시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IT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은 물론, 과거 한국지엠을 거쳐간 대표 5명(▲닉 라일리 ▲마이클 그리말디 ▲마이크 아카몬 ▲존 버터모어 ▲세르지오 호샤) 중 유일하게 GM 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논란의 쟁점이었다. 

이달 31일부로 사임하는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해 4월 열린 '올 뉴 말리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이 자동차 시장의 특수한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사장 취임 직후 그는 풀체인지(완전변경)된 신형 말리부를 흥행시켰고 내수 3위 입지를 굳건히 다지며 'IT 전문가'에서 비롯된 우려를 잠재운 듯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 1분기부터 자본잠식 상황에 들어갔다. 또 올 초 선보인 '신형 크루즈'가 판매부진에 빠지자 그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젬 사장은 무엇보다 제품 생산 프로세스와 품질 관리에 많은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제임스 김 사장에 비해 업계 이슈와 시장 트렌드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젬 사장이 거쳐온 국가들이 모두 생산시설을 정리하거나 철수한 이력이 있는 만큼, 그의 내정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GM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 몸집 줄이기에 나선 점도 철수 근거로 꼽히고 있다.

그는 앞서 호주와 태국, 인도 시장에서 근무한 바 있다. GM은 2013년 12월 호주 공장을 폐쇄하고 현재 판매만 유지하고 있다. GM 태국은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또 카젬 사장이 재임 중이던 올해 3~5월 GM은 인도 내수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멕시코와 남미 수출용 공장만 가동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카젬 사장이 거쳐온 국가들은 GM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시장"이라며 "인도의 경우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으로, 점유율이 10%에 가까운 한국시장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거느린 한국시장의 규모와 역량이 해당 시장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한국은 글로벌 GM 내에서 차지하는 순위가 5~6위의 매우 중요한 시장이고, 카젬 사장이 거쳤기 때문에 해당 시장이 축소되거나 철수한 것은 아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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