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경아 기자] ‘살충제 계란’ 사태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악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졌다.

일상 생활 속에서 계란을 이용하지 않은 식품은 거의 없을 정도다. 피하고 싶어도 피하기 힘든 게 계란 섭취다.

최근 유럽 이후 국내에서도 발견돼 논란인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기자가 섭취한 음식에 계란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살펴봤다.

샌드위치 속 계란과 샌드위치 빵 반죽에 들어간 계란, 치킨 튀김옷에 들어간 계란과 막국수 위 고명으로 올라간 계란 등 계란은 매 끼니마다 포함돼 있었다. 안전성에 대한 보장이 없는 식품을 섭취한 것 같아 왠지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가정에 영유아를 둔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아이에게 이제 ‘뭘 먹어야하냐’는 것이다. 비단 계란 뿐 아니라 모든 식품에 대한 ‘불신의 씨앗’이 싹을 틔우가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은 정부로부터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친환경’이라고 인증을 해 믿고 사먹던 계란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됐고, 농약 성분을 포함한 계란은 10만개 이상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에 돌입해 현재까지 약 85%가량이 검사를 마치고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에 한해 유통을 재개했다. 전수 조사는 17일까지 모두 마치고, 사태를 오는 20일 전에 모두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 문제는 ‘소비 위축’이다. 정부가 ‘이 계란은 먹어도 된다’고 허락한 것만 유통 중인데,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구입하는 ‘날계란’ 외 계란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서 소비 위축이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외식 기업들은 정기적인 자체 검사와 이번 사태 발생 후 이뤄진 조사에서도 납품받은 계란에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계란 포함 제품에 대한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소비자들의 걱정’ 때문이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안전해도 일단은 소비자들이 너무 걱정하고 있어서 계란이 포함된 샌드위치 등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식악쳐가 이번 사태 이후 진행한 검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무서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보건당국의 안전성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기업들은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하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친환경 인증 농가의 계란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만큼 정부는 또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사태의 재발 방지 노력과 동시에 분노와 두려움으로 뒤섞여 위축된 소비 심리를 해결하고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 먹어도 '진짜' 안전하다면 그것을 입증하고 소비자들의 위축된 심리를 일으켜 세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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