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올 뉴 CR-V와(왼쪽) 어코드가 '녹·부식' 논란에 휩싸였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혼다코리아의 '녹 발생'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가 부식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중형 세단 '어코드'에서도 녹이 발생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혼다코리아 측은 "빠른 시일내 원인을 규명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피해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16일 시민단체인 YMCA 자동차안전센터(이하 YMCA)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설한 혼다 녹·부식 차량 소비자 피해 접수창구에는 지금까지 총 165건의 사례가 신고됐다. 접수창구 외에 YMCA에 직접 전화나 메일로 피해 사실을 알린 소비자도 15명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YMCA 측은 이번 주까지 소비자 피해사례를 추가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접수된 내용을 종합한 뒤 혼다코리아를 고발 조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CR-V 차량 소유자들로 구성된 네이버 카페 'CR-V Owner's Club(CR-V 오너스 클럽)'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녹·부식 피해 소비자는 14일 기준 360여명을 넘어섰다.

CR-V 차량을 인도받은 지 2주가 채 안됐다는 A씨는 "인터넷 상에 녹이 발생했다는 제보 사진을 접했다"며 "출고된 지 얼마 안됐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운적석 시트 부분을 확인해봤다.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고 손에 묻어 나올 정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CR-V 오너 B씨는 "지난 7월 중순에 차량을 인수했고 엔진룸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위에서 녹을 발견했다"며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얼마나 형편없을 지 가늠도 안된다. 이는 명백한 소비자 우롱이고 법적인 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다"고 분노했다.

특히 CR-V 부식 논란은 어코드로까지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어코드 오너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혼다어코드동호회'의 결함 게시판에는 차량내 녹이 발생했다는 글이 상당수 게재돼 있다.

지난 4월 어코드 2.4 차량을 인도받은 C씨는 "CR-V 부식에 비해서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어코드에서도 녹이 발생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어코드에서 이 같은 부식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YMCA로 제보된 혼다 녹·부식 발생 180여건 중 어코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피해사례를 접수하지 않은 경우를 고려해 볼때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가 지난 14일 개설한 혼다 녹·부식 차량 소비자 피해 접수창구에 게시된 CR-V와 어코드 부식 피해 사례. <사진캡처=YMCA>

서영진 서울 YMCA 자동차안전센터 간사는 "지난 10일과 11일, 14일 총 세차례에 걸쳐 혼타코리아에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과 피해자 보상 대책 마련과 관련된 공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본사에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 간사는 "과거 차량 녹 발생 사례를 살펴봐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 적이 없다"며 "이번 혼다 녹 사태를 통해 좋은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 차량 내 부식이 진행된 소비자들은 꼭 YMCA에 피해사례를 접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이유로는 녹이 발생한 차량 대부분이 올해 출고된 '신차'라는 점에서다.

녹이 발생한 CR-V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어코드 역시 올해 출고된 차량에서 녹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차량 모두 미국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공장내 용접 등 생산 과정에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식이 발생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어코드 소유주인 D씨는 "미국공장에서 제조 당시 녹이 발생한 것이고 출고 전부터 이미 녹이 슬어 있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며 "녹 발생 부위가 광범위한 만큼, 단순 세척과 방청 작업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녹은 한번 발생하면 부위가 점점 넓어지는 만큼 본사 측에서 피해 고객에 환불해주거나 하자 없는 신차로 교환해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부식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CR-V 차량 부식과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가 운영 중인 자동차 결함 신고 센터에 CR-V 부식과 관련된 불만이 20여건 정도 접수됐다"며 "신고 차량을 중심으로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 부식이 진행됐는지, 또 어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코드와 관련되서는 아직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자동차 결함 신고 센터에 어코드 부식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경우, 결함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부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 발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본사가 부식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다'는 식의 카더라 루머가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또 딜러에게서 '본사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고객이 있지만, 이는 딜러사의 대응 미숙"이라고 해명했다.

피해 보상안 등을 골자로 하는 YMCA 공문에 회신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원인 파악 중이고, 만약 원인을 발견하더라도 YMCA 측이 아닌 고객들에게 알리는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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