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은 우리나라 역사상 국민과 노동자가 똘똘 뭉쳐 ‘승리’를 경험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시 민주화를 불러온 6월항쟁에서 촉발된 노동자대투쟁은 울산 현대그룹 노조결성을 시작으로 마산·창원을 거쳐 수도권 등 전국으로, 생산직에서 사무금융, 병원 언론 나아가 교사 등 전 분야로 확대됐다.

노동자 대투쟁 기간 발생한 쟁의 행위는 모두 3311건으로 하루 평균 30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데 참가 인원만 약 122만명 정도였다. 그때 만들었던 1300개의 노조는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와 민주노총의 근간이 됐다.

노동자대투쟁이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한국의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인지되고 노조 활동이 비교적 일반화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87년 12.5%, 1988년 11.9%라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 삶뿐 아니라 국가 경제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상승한 결과였다.

당시 주된 구호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나 ‘흩어지면 죽는다’와 같은 원초적인 것들이었다. 노동자대투쟁을 시작했던 모 그룹의 노동자들이 내건 요구 사항 중엔 ‘두발 자유, 복장 자율’ 같은 게 절반이 넘었다고 한다.

정확히 30년이 흘렀다. 당시 결성된 노조가 지금까지도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대의적인 명분이나, 국민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0일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서도 부분파업을 단행하면서 6년 연속 파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회사측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파업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가 역대 최대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힘들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4%와 34.3% 감소했다. 올 2분기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2%나 떨어지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더욱이 올 하반기에도 이렇다 할 만한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대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도 걸림돌이다. 만약 1심 판결에서 회사측이 패소할 경우 최대 3조원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미 지난달 14일 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노사 간 조정 중지 결정을 통보받은 상태다. 르노삼성차도 2년간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벗어나, 올해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올해 기본급·격려금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한국GM의 경우 2014년 3534억원, 2015년 9868억원, 지난해 63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2589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성과급 2천만원을 더 달라”면서 파업을 가결시켰다. 자동차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건비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성사 5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9000만원이 넘는다. 일본 토요타(8850만원)나 독일 폭스바겐(84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국산차의 제품 질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과중한 인건비 부담은 연구개발 투자규모와 투자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탓이다.

더 이상 국민들은 ‘애국심’으로 자동차를 사지 않는다. 국내 5개사 노조들의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을 지켜보며 ‘감동’ 받을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30년 전 노동자대투쟁에 동참한 노동자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던 우리 국민들은 현재 국내 자동차 회사들에 대단히 화가 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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