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사진 제공=한국중부발전>

[이뉴스투데이 정상명 기자] 정부가 원전·석탄발전소를 줄이고 발전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LNG발전을 확대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업계 일각에서는 신재생·LNG 위주로 재편된 미래 전력시장의 모습을 현재 제주도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도의 전력도매단가는 kWh당 121.12원으로 육지(74.88원)보다 62%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도매단가(이하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가격이다.

SMP가 결정되는 과정에는 기저발전(원자력, 석탄 등 발전원가가 저렴한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력거래소는 각 시간대별로 예측된 전력수요에 따라 발전단가가 저렴한 전력부터 사들인다. 급전 순위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가장 높다.

<자료=전력거래소>

하지만 현재 전력사용량을 원전과 석탄발전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유류, LNG 등의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다. SMP는 각 시간대 전력시장에 참여한 가장 비싼 원료의 발전단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바꿔 말하면 발전 단가가 저렴한 기저발전이 상당 부분 이상의 전력생산량을 담당하지 못한다면 SMP의 상승은 필연적이라는 것.

제주의 SMP가 높은 이유도 발전설비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관광섬으로 개발된 제주도는 원전이나 석탄화력 발전시설이 없는 대신, 유류발전과 LNG발전, 신재생에너지 설비만을 갖추고 있다. 저렴한 단가의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육지보다 SMP가 높게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6월~올해 4월까지 제주는 평균적으로 육지보다 SMP가 kWh당 27원 가량 비쌌다. 특히 지난 4월의 경우 단가 차이가 46.24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자료=전력거래소>

제주도는 최근 몇년 간 관광객 급증과 여름철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자 전력사용량이 급증, 예비율이 축소되고 있다. 2015년 26.9%였던 전력 예비율은 지난해 15.6%까지 감소했다. 도는 상황이 이러하자 도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에 적극 동참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전력예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제주도는 2030년까지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육지의 전력수급 없이 자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제주도는 현재 에너지 자급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모자라는 전기는 육지에서 끌어온 400㎿ 급 해저송전선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만일 해저송전선이 끊어지면 제주도에 대규모 블랙아웃이 찾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현재 제주도 전력시장은 육지에서 원전·석탄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SMP가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형성된다면 전기요금은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SMP가 지속됨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한전이 모든 비용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며 "한전의 적자가 심해진다면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지 않겠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에너지정책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폭, 정부와 업계의 엇갈린 시각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1일 탈원전 정책 방향에 따른 에너지 주요 현안에 대해 당정협의를 열었다. 

탈 원전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수급 불균형 등의 논란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자리었다.

협의에 따르면 탈 원전 정책이 추진되더라도 2020년까지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다. 또한 2020년 이후에도 신재생 단가 하락 등으로 우려할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 성장률 하락에 따라 2030년 전력수요를 약 102GW로 내다봤다. 이는 2015년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측했던 113.2GW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 이같은 전력수요 감소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3.4%에서 2.5%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포함된 수치다. 탈원전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부족분 10GW는 LNG와 신재생으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기요금 인상 폭은 2020년 이후부터 1% 내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반면 야당과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다른 견해를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0년 전기요금이 21% 가량 상승할 것으로 봤다. 원전과 석탄발전이 줄고 고비용의 LNG와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발전비용은 약 11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9년 LNG·신재생 발전 비중을 23% 수준으로 측정했다. 반면 에경연에서 추정한 2029년 LNG·신재생 발전 비중은 56%에 달한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발생한 전기요금 인상을 중요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1979년 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을 당시, 국내 발전시장은 석유에 약 71%를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석유파동에 따라 1978년 배럴당 12.3달러였던 원유 수입가격은 1981년 34.1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kWh당 22.38원이던 전기요금도 1982년 69.9원으로 3배 이상 인상된 바 있다.

에경연은 LNG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특정전원에 편중된 전원믹스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발전원에 집중된 전력정책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사정 상, 원료의 가격 변동에 유연한 대응이 힘들다는 문제점을 진단한 것이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도 탈원전에 따라 40% 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의원은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다. 과거 일본 전력시장은 총 발전량의 29% 가량을 원전에 의지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3년간 가정용 25%, 산업용은 38%나 전기요금이 급등한 바 있다. 

윤 의원은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효과는 원전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일동이 추정한 36~40%가 합리적일 것으로 평가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의무로 인해 LNG발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가 되면 간헐적 발전 특성으로 인해 전력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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