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보험업계를 담당하는 후배 기자가 ‘문 정부, 한국판 오바마 케어 추진’이라는 단독 기사를 출고했다.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에 대한 보험사들의 대처 방안을 취재하다 들은 얘기를 단서로 이곳저곳에 캐물어 발굴한 특종 기사였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이어서 기사로서의 가치도 컸다.

기사가 나간 후 한 시간쯤 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에서 번갈아 전화가 왔다. 두 기관의 출입기자단에게 지난 월요일에 브리핑을 하고 8월9일자로 엠바고를 걸어놓은 사안이니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지였다.

“우리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있는데 브리핑은커녕 자료도 받은 게 없다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상대방의 답변은 “이뉴스투데이 기자는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지만 ‘기자단 가입’은 안 돼 있어 보도자료를 엠바고 해제되는 날 주게 돼 있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여기 두 명의 기자가 있다. A사 기자에게는 보름 후에 있을 중대 발표 내용을 미리 브리핑해주고 자료도 건넨다. B사 기자에게는 발표 당일에 브리핑 없이 자료만 제공한다. A사 기자가 엔간히 무능하지 않는 한 어느 매체의 기사가 더 충실할 지는 불문가지다. 독자들은 기사내용이 충실한 매체에 몰릴 수밖에 없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

매체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모든 기자에게 브리핑을 할 수 없다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보도자료 배포 타이밍에 차별을 두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납득이 안 된다. 만약 ‘등록 기자’가 고의적으로 엠바고를 파기한다면 다음부터 보도자료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등의 제재를 가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런 항변에도 아랑곳없이 전화의 상대방은 당장 기사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만 반복했다. “이러다 다른 매체들도 따라 쓰기 시작하면 큰일 난다”는 협박 반, 호소 반과 함께. 누구에게, 무슨 큰일이 나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 시간 남짓 입씨름 끝에 결국 기사를 내려주고 말았다. 후배 기자가 카톡으로 “대통령 말씀이 미리 나가면 자기들 자리가 위태해진다고 하는데요?”라고 보낸 문자에 마음이 약해져서였다.(물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2. 보건복지부 직원과의 입씨름을 끝낼 즈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인터넷신문의 날’ 행사장에 도착했다. 행사 초반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동영상이 상영됐다. 지난 대선 때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신문들과 합동 간담회를 가졌던 인연을 상기시키며 인터넷신문이 언론 자유 확대에 기여하고 있음을 치하하는 내용이었다. 길지 않은 축사였지만 인터넷신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방금 전 보도자료 배포 문제를 두고 겪은 쓴 입맛이 상기됐다. 대다수 인터넷신문 기자들은 정부 주요 부처에 ‘기자단 가입’이 안 된 ‘등록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께선 인터넷신문 기자들이 이런 불공정 경쟁 구도 속에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계시려는지…

사족; 이 글은 대다수 독자 여러분의 삶과는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사과드립니다. 제목처럼 그저 답답한 심정에서 나온 푸념이라고 너그러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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