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을 졸업한 이 교수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애리조나, 일리노이스 대학을 거쳐 2001년부터 카이스트 강단에 서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두고  '꼰대의 오만'으로 비아냥댄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반응은 한마디로 터무니가 없었다."

이병태(57)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24일 자신이 '헬조선 논쟁'의 중심이 된 것과 관련 "우리나라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어른들과도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니 모두가 '다들 못 나가서 안달인데 왜 들어오셨냐?'는 질문을 던져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눈에 비친 한국사회는 집단 우울증에 빠진 모습 그 자체로, 이후 관찰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헬조선'이라 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접하게 된 이 교수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페이스북글을 통해 최근 도전장을 던졌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이 헬조선인 50가지 이유라는 글 등이 인터넷을 떠돌았는데, 전부가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며 "남미 국가들처럼 무작정 낙관적인 나라보다는 조금은 비판적인 나라의 국민들이 잘사는 건 맞지만 우리 사회가 지나친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가슴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교수의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퍼져나가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내 공격에 나섰다. 박 교수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줄 게 없다면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있는 게 예의"라며 "징징댄다고 타박하는 것은 오만 중의 오만"이라고 면박을 줬다.

이 교수는 박찬운 교수의 반응과 관련, "대학진학율이 10%에 불과했던 박 교수의 대학 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아무도 일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 마치 예전에는 천국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헬조선에 대한 비판만으로만 끝나지 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선동가에게 속지마라'는 메시지였으나, 이를 두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편을 가르는 '분노장사치'들이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음을 그는 우려했다.

또 이병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과 관련, "목표는 옳다고 보지만 실제 이를 위해 실행하는 100대 과제가 과연 도움이 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고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 가격 규제 정책으로,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임에도 '통신요금 인하’와 '5세대(5G) 조기 상용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내놓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일자리 창출을 구호로 내건 추경 목록만 봐도 그것과는 거리가 먼 시장간섭주의 일색이다"며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의 비중이 12%에 불과하고, 80%의 근로자가 100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더 등장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도 "2015년 시행한 정년 연장과 같은 규제가 청년들이 직면한 고용절벽으로 이어졌으며 골목상권 규제 등으로 유통기업의 해외 유출이 심화됐다"며 "이런 정책을 입안한 을지로위원회가 국가위원회로 격상된다면 일자리 창출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헬조선'을 둘러싼 SNS 상의 논쟁은 더욱 격해지는 상황이다. 이 교수에 개인 메시지로 욕설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이에 대해 청년 세대를 싸잡아 매도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박찬운 교수도 "앞으로 논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헬조선 논란이 2년 만에 끝장 토론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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