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22번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부문을 통해서 금융정책을 ‘금융산업’과 ‘금융감독’ 부문으로 분리에 나선다.

금융위원회가 쥐어온 두 정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거꾸러 금융위의 해체를 함축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가 두 개의 머리가 한 몸을 이뤘던 샴쌍둥이 같았던 금융위와 금감원 양 기관에게 조직 재편을 생각할 정도로 민감한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분리의 명분은 ‘견제와 균형’ 회복이다. 성격상 두 정책 기능은 충돌한다. 금융산업정책은 성장을 추구하지만 감독정책은 무리한 성장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성장과정의 부실과 사고를 막는 게 감독의 존재 이유다. 금융산업정책이 액셀이라면 금융감독은 브레이크 같은 것. 충돌적인 두 기능을 한곳서 담당하다 보니 견제와 균형이 깨졌다. 분리론엔 이 같은 진단이 깔려 있다.

금감원이 정체성 부문에서 혼란을 겪은 것도 이같은 결과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평소“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금감원의 감독기능을 거세당했다”고 한탄해 왔다. 현 금융감독시스템에선 금융위(정부)의 지휘 아래 금감원(민간기구)이 복종해 감독업무를 집행하는 ‘수직적 이원화’ 형태에 대한 불만들이 컸었다.

이런탓에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분리에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쪽은 금융위다.

금융위는 금융이 사실상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간 구분이 명확치 않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의 인가는 산업육성 측면에선 금융산업정책 영역이지만 건전성 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엄염한 금융감독영역이란 것이다.

금융위는 2008년 이전에도 금융산업정책(재정경제부), 감독정책(금융감독위원회), 감독집행(금감원)이 나뉘었는 데 권한다툼, 책임떠넘기기, 사각지대 등의 문제만 발생했다며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간 분리가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문제는 금융위와 금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의 조직 개편문제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를 없애고 예산·재정을 전담하는 기획예산처와 국내외 금융정책을 전담하는 재정경제부를 신설하는 방식의 큰 그림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는 현 단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소리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나 개헌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부문과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하는 안도 제기한다.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로 독립기관으로 분리 시키자는 것이다.

이 역시 금융감독시스템 개편과 맞물려 있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책 추진기능이 감독기능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소비자보호기구가 독립된다한들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해서 관련법을 고쳐야하는 사안으로 국회가 결정할 일이다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다.

금융감독 개편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책기능과 감독기능 간의 분리 필요성만큼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 돼 있다.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수행하는 현 구조 속에선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부실화만 초래한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은 본질적으로 상충한데 동일기구가 이를 수행한다면 감독기능이 정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거나 소비자보호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나 2013년의 동양그룹 사태는 금융감독기능이 산업정책기능을 압도한 데 따른 참사란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시스템의 개편작업은 멀고도 험난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추진 할 수 있는 일은 올해안에 금융위의 조직을 기능별로 분리 개편하는 정도다”며 “이는 정부가 주장해온 ‘업권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의 개편’에 부합해 궁극적으로 금융위 해체 과정으로 볼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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