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시중 은행이 기관 고객 유치를 놓고 치열한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 대출을 크게 늘리지 못하자 은행들은 기관 영업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꺼번에 수십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고객군이 공공기관 임직원이어서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주요 대상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학, 공기업 등 공공 성격이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기관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다 보니 서민들에게 대출 이자나 각종 수수료로 얻은 이익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KB국민은행은 경찰공무원에게 독점적 대출상품과 복지카드를 제공할 수 있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4만 경찰공무원에게 최저 연 1%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 1등 금융그룹 탈환을 위해 KB금융이 공격적인 영업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5년 단위로 사업자를 재지정하는데 올해 입찰에선 기존 사업자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을 포함해 4개 은행이 경찰청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먼저 협상 기회를 얻은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대출금리로 최저 연 1.9% 수준을 제시했다. 기본금리는 3.4%이지만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이용실적 가입 등 교차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혜 시비가 일고 있지만 입찰 과정에서 은행들의 대출 조건은 비슷했던 것으로 안다"며 "기관의 주거래 은행에 선정되면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고 임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다 올해초 국민은행은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맡았던 전라북도 군산시 지자체 금고 사업에서 전북은행을 재치고, KEB하나은행이 독점하던 한국교육개발원의 주거래 은행 사업도 하나은행과 나눠 관리하게 됐다.

지난해에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나 전남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의 주거래 은행에 끼어들거나 다른 은행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영업권을 가져왔다.

국민은행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은 올해 우리은행, 하나은행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 제2 여객터미널의 은행·환전소 사업자를 차지했다.

또 농협은행과 경기도 어린이집 회계관리 선진화 사업을 유치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이 맡던 인제대학교와 백석대학교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탈환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와 올해 기업은행이 갖고 있던 중소기업청 연구개발(R&D) 사업화 전담은행과 한국폴리텍 대학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가져왔으며, 농협은행에서 건설근로공제회 주거래 은행 자리를 뺏어왔다.

또 농협, 우리은행과 함께 맡았던 충청남도 금고 자리에서 우리은행을 밀어냈다.

각종 공과금이나 지방세·국세 등을 받는 가상계좌 서비스 영업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가상계좌로 받은 자금은 의뢰 기관에 넘기기 전에 일시적으로 은행에 유치되는 데 이자를 주지 않아도 돼 '저원가성 수익'으로 분류된다.

개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건당 300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도 생기므로 일석이조 영업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근로복지공단과 협약하고 건설·벌목 업종 고용보험료 및 산재 보험료 납부를 위한 가상계좌 업무를 나눠 맡았는데 최근에 농협은행도 틈새를 비집고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심화하면 불건전 영업행위가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은행들이 신용대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영업으로 은행들이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다 보면 불건전 영업행위가 늘어나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리 결정기준의 핵심은 소득과 연체기록 등의 신용도다. 은행이 미리 우량 고객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정 직업군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라면 당국이 나서서 감시하고 지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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